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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사령탑 연쇄이동, 김정수를 보면 기준이 보인다

중앙일보

2025.12.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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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제주를 강등 위기에서 구한 김정수 감독대행은 사령탑 공석인 제주와 광주의 차기 감독 후보로 주목 받는다. 제주의 K리그1 잔류가 확정된 직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는 김정수 대행.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 프로축구 스토브리그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사령탑 연쇄 이동이다. 내년 K리그1(1부)에 참여할 12개 팀 중 사령탑이 공석인 클럽은 우승팀 전북 현대를 비롯해 울산HD와 제주 유나이티드, 그리고 최근 이정효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힌 광주FC까지 4개 팀에 이른다. 해당 팀들이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K리그1 다른 팀 사령탑이 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감독 선임이 필요한 팀의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네 팀 모두 저마다의 환경과 상황을 감안한 잣대를 만들고 새 사령탑을 찾고 있지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감독들의 면면을 보면 공통점도 존재한다. ▲전술과 선수 육성을 아우르는 명확한 지도 철학 ▲구단과 선수단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조화의 리더십 등이다.

이번 시즌 막바지에 제주의 강등 위기를 막아낸 뒤 새 사령탑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김정수(50) 전 감독대행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패배주의에 휘말려 추락하던 제주의 임시 사령탑을 맡아 선수들의 식어버린 투지와 자신감을 다시금 일깨우며 극적 잔류를 이끈 주인공이다.

2019년 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 한국 사령탑으로 참가한 김정수 감독. 8강행을 이끌어 지도력을 입증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김정수 감독은 연령별축구대표팀 감독 출신이다. 2018년 16세 이하(U-16)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아시아 챔피언십 4강을 이끌었다. 이듬해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8강에 올라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성과 중 하나를 작성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3세부터 2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을 지도한 게 김 감독의 강점이다. 선수 육성뿐만 아니라 잠재력 있는 유망주를 발굴하는 능력도 겸비했다. 올 시즌 수석코치와 감독대행 역할을 맡은 제주에도 각급 대표팀에서 김정수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여럿 있다.

제주는 서너 명의 지도자를 사령탑 최종후보군에 올려뒀다. 그 중에는 카타르월드컵 당시 수석코치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의 16강행에 힘을 보탠 세르지우 코스타(52·포르투갈)도 포함돼 있다. 후보군 중 국내파는 김정수 감독이 유일하다. 제주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선수와 팀이 함께 성장하는 축구’를 지향하는 김 감독의 비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강등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보여준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라고 귀띔했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은 거스 포옛 전 감독의 자진사퇴와 함께 공석이 된 전북 현대의 차기 사령탑으로 주목 받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뿐만이 아니다. 이정효 감독이 떠나면 빈자리를 급히 메워야 하는 광주도 김정수 감독을 차기 사령탑 후보로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독이 전술적 완성도와 선수단 장악력에서 K리그 톱클래스로 평가 받는 만큼, 공백을 메우긴 쉽지 않다. 당장 광주의 다음 시즌 목표가 ‘생존’과 ‘잔류’ 쪽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제주를 강등 위기에서 구한 김 감독의 경험이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근 중국 언론에서 울산 사령탑 부임 가능성을 제기한 서정원(55) 전 청두 룽청 감독, 전북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정정용(56) 김천 상무 감독 등도 비슷한 캐릭터의 지도자들이다. 공감형 리더십의 소유자이면서 코칭스태프 분권을 통해 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다만 서 전 감독의 경우 해외 다른 팀의 러브콜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울산 지휘봉을 잡을지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축구계 관계자는 “한때 K리그에 선 굵은 리더십의 소유자나 전술적으로 밝은 지도자가 높은 평가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선수단과의 융화, 비전의 공유, 합리적인 운영 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감독 선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면서 “최근 K리그 사령탑 후보로 주목 받는 국내파 지도자들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님 리더십으로 K리그 수원 삼성과 중국 청두 룽청에서 성공적인 이력을 보낸 서정원 감독(왼쪽)은 국내외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뉴스1



송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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