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김상식 감독이 동남아시안게임(SEA Games) 정상에 오르며 동남아 축구 역사에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번 우승으로 김상식 감독은 미쓰비시컵(ASEAN컵), AFF U-23 챔피언십, 동남아시안게임을 모두 제패한 최초의 감독이 됐다.
특히 이번 동남아시안게임 결승전은 김상식 감독의 이름을 더욱 선명하게 각인시킨 무대였다. 베트남은 결승에서 0-2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전 김상식 감독의 전술 변화와 과감한 교체 이후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고, 경기는 3-2 대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이 경기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는 김 감독의 지도력을 상징하는 말로 ‘Dark Magician(다크 매직)’이라는 표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하지만 우승이 확정된 뒤 김상식 감독은 이른바 ‘매직’이라는 표현보다 그 뒤에 숨은 선수들의 시간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기록보다 과정을 먼저 언급했다.
김 감독은 “메이저 3관왕이라는 결과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먼저 생각난다”며 “쉽지 않은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고민을 코치들과 선수들이 끝까지 함께해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성과가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쓰비시컵에서는 결과의 압박을 이겨내야 했고, AFF U-23 챔피언십에서는 미래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동남아시안게임은 단 한 경기, 한 선택이 모든 것을 바꾸는 무대였다”며 “각 대회가 요구하는 역할은 달랐지만, 선수들을 믿고 기다리는 원칙만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승전 당시 0-2로 끌려가던 상황에 대해서도 김 감독의 시선은 선수단에 머물렀다.
그는 “벤치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며 “전술은 준비돼 있었지만, 그걸 실제 경기장에서 끝까지 실행해낸 건 선수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붙은 ‘김상식 매직’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마법은 없다. 결국 축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얼마나 준비했고 얼마나 서로를 믿고 뛰었는 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 역시 감독의 무엇이 아니라, 선수단이 흘린 시간과 노력의 결과”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 국민과 팬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그는 “항상 경기장 안팎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믿음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며 “베트남 팬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럼에도 이번 동남아시안게임 우승은 김상식 감독 개인에게도 특별한 이정표로 남는다.
그는 “감독으로서 한 나라의 축구 역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는 건 큰 영광”이라면서도 “이제는 이 성과에 머무르기보다, 선수들과 함께 더 높은 기준을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앞으로의 각오를 분명히 했다. “이번 우승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베트남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도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수단과 함께 계속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