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단 한 경기만 남았다. 안세영(23·삼성생명)이 또 하나의 이정표 앞에 섰다. 2025 BWF 월드투어 파이널 결승. 이 경기를 잡는 순간, 시즌 11번째 우승이 완성된다. 배드민턴 단식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록을 향한 마지막 관문이다.
안세영은 21일 새벽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리는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와 맞붙는다. 세계랭킹 1위와 2위의 정면 대결이자, 올 시즌 여자 단식 판도를 정리하는 최종 무대다.
결승까지의 여정은 단순했다. 흔들림은 있었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조별리그에서 안세영은 미끄러운 코트와 잦은 실책, 풀세트 접전까지 모두 경험했다. 그럼에도 마지막엔 A조 1위로 토너먼트에 올랐다. 위기 상황에서도 경기 운영의 중심을 잃지 않는 ‘현재 최강자’의 모습이었다.
준결승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 3위)를 상대로 안세영은 단 한 번도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두 세트 모두 주도권을 쥔 채 38분 만에 2-0 완승. 결승행은 압도적이었다.
결승 상대 왕즈이는 중국 여자 단식의 현재이자 미래다. 세계랭킹 2위,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가 뛰어난 선수다.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도 랏차녹 인타논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결승에 올랐다. 체력 소모는 컸지만, 끝까지 버텨내는 경기 운영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그러나 상대 전적은 분명하다. 안세영은 올 시즌 왕즈이를 7차례 만났고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그중 6번이 결승 무대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결과는 늘 안세영의 승리였다. 긴 랠리에서 버텨내고, 흐름이 오면 단숨에 점수를 쌓아 올리는 특유의 패턴은 왕즈이에게 특히 강하게 작용해왔다.
이번 결승의 의미는 단순한 우승 이상이다. 안세영은 올 시즌 14개 국제대회에 출전해 이미 10번 정상에 올랐다. 월드투어 파이널 우승은 시즌 11번째 트로피다. 이는 2019년 모모타 겐토가 세운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동시에 안세영 개인에게는 아직 밟지 못했던 월드투어 파이널 정상이라는 마지막 숙제이기도 하다.
주춤해도 무너지지 않았고, 흔들려도 결국 압도했다. 이번 대회 내내 반복된 장면이다.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먼저 말해주는 시즌이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경기. 안세영은 또 한 번 결과로 세계 최고를 증명할 준비를 마쳤다. 결승의 끝이 새로운 기록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시선이 항저우로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