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인 첫 대면조사가 8시간 30분여만에 종료됐다.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 전 대통령은 20일 오전 9시 30분쯤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첫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도착했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팀이 지난 7월 2일 수사 착수 이후 윤 전 대통령이 받는 첫 피의자 조사였다. 특검은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불응했다. 이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구인을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에 8월 1·7일 영장 집행이 무산된 바 있다. 오는 28일 수사 기간이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조사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쯤까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대면 조사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후 1시간 30분가량 조서를 열람한 뒤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의 출석요구서에는 6가지 피의사실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날 질문지 160여 쪽을 준비해 관련 혐의에 대해 추궁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조사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측 채명성 변호사는 "(조사가) 마지막이니까 되게 많았다"며 "서희건설 건, 이배용 건 등 다 조사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혐의 모두 부인했냐'는 질문에는 "(윤 전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다 얘기했다"며 "말하자면 부인인데 왜 죄가 안 되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고 답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정화 변호사는 이날 조사에 출석하며 '윤 전 대통령이 그동안 조사 거부하다가 이번에 응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찍어야 되기 때문에 오시는 거고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 “김 여사의 귀금속 수수 사실을 인지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협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협의 같은 건 없었다"며 "청탁 같은 거 자체를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가 명태균씨로부터 2억7000만 원어치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의 공범으로 지목됐다.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말 공개 토론회에서 김 여사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김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이 전 국가교육위원장,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인사·이권 청탁과 함께 고가 금품을 받는데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특검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남은 수사 기간 공소장 작성, 증거기록 정리, 잔여 사건 이첩 준비 등에 매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