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단 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여운은 길게 남았다. 전북 현대를 정상으로 이끌고도 한국 무대를 떠난 거스 포옛(58) 감독이 모국 우루과이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우승의 기억보다 더 또렷하게 남은 것은 판정 논란, 그리고 한국 심판 시스템에 대한 깊은 불신이었다.
우루과이 유튜브 채널 '스포츠 890'은 17일(한국시간) 포옛 감독과의 장시간 인터뷰를 공개했다. 월드컵 체제 변화, 우루과이 대표팀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가 오갔지만, 대화의 중심은 결국 ‘한국에서의 1년’이었다. 포옛 감독은 전북에서의 성공과 이별을 동시에 되짚으며 그 이면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놨다.
포옛 감독은 2025시즌을 앞두고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렸던 팀을 맡아 명가 재건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 결과는 화려했다. 전북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하며 통산 열 번째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코리아컵까지 제패하며 ‘더블’을 완성했다. 성적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환희의 순간은 곧 작별로 이어졌다. 코리아컵 우승이 포옛 감독의 전북 마지막 장면이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수석코치 마우리시오 타리코(등록명 타노스)가 인종차별 논란 끝에 팀을 떠났고, 포옛 감독 역시 더 이상 동행이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시 전북 구단은 “16년간 함께한 코치의 이탈로 사단 체제에 균열이 생겼고, 감독이 심리적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포옛 감독의 설명은 보다 직접적이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심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느 나라든 심판 논란은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곧바로 “문제는 VAR이 있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 반복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장면을 떠올리며 “명백한 페널티킥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심이 놓칠 수는 있다. 하지만 VAR까지 있는데 왜 아무 반응이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오심으로 인정된 제주전 판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포옛 감독은 “그때 SNS에 ‘노 페널티, 노 VAR, 노 워즈(No penalty, no VAR, no words)’라는 글을 올렸다. 그 순간부터 심판들과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라면서 “이후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계속 나왔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핵심이 된 타노스 코치 사건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그 경기에서도 상대에게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주심은 화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VAR 역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며 “카메라는 여러 대였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 라인에 걸쳐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떤 판단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뒤 우리에게도 분명한 페널티 장면이 있었다. 상대 선수가 공을 향해 움직이다 손으로 쳤다. 심판은 바로 옆에 있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며 “그 순간 타노스가 손으로 ‘핸드볼’을 표현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포옛 감독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핸드볼 제스처였다. 누가 같은 동작을 일곱 번이나 하겠느냐”며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주심이었던 김우성 심판에 대해서도 “심판에게 모든 관심이 쏠리는 상황은 축구에서 최악이다. 최고의 심판은 경기 후에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직격했다.
이 사건은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대됐고, 연맹 상벌위원회는 타노스 코치에게 출장정지 5경기와 제재금 20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포옛 감독은 “그 일은 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그는 사임했고, 나 역시 개인적인 문제들이 겹치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북과의 결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의 기억이 모두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우승을 확정한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30분이었다”며 “내가 ‘레전드’라고 부르는 선수가 있다. 최철순이다. 모든 타이틀을 차지하고 은퇴를 맞이한 그의 눈물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북 선수들은 나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대부분은 통역을 통해 소통했지만, 특별한 인연으로 남은 선수가 있다. 이승우다. 이름이 어려워서 ‘이 레온’이라고 불렀다”며 웃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KFA)는 최근 김우성 심판의 무단 언론 인터뷰에 대해 3개월 배정 정지 징계를 내렸다. 전북 ‘타노스 코치 인종차별 낙인 논란’의 후속 흐름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재심 요청이 기각되며 타노스 코치는 한국을 떠났고,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승 감독의 고백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 한국 축구가 마주한 불편한 질문을 다시 꺼내 들었다. 포옛 감독의 말처럼, 그 1년은 성공과 갈등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한복판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