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닻도 없이 나가냐" 中 먹잇감 됐다…대만산 첫 잠수함 뭐길래

중앙일보

2025.12.20 12:00 2025.12.20 13:3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대만이 대중국 억제력의 핵심 전력으로 꼽은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海鯤)이 실전 배치도 전에 중국 매체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닻 같은 기본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최근 해상 시험을 진행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자 중국 매체는 기존 제기된 취약점까지 부각해 하이쿤을 집중 공격했다.
대만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高雄)에서 지난 6월 대만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海鯤)이 첫 해상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대만 섬의 첫 국산 잠수함 하이쿤이 닻(앵커)을 설치하지 않은 채 해상 시험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하이쿤의 앵커 장비에 고장이 발생해 초기 다섯 차례 해상 시험에서 닻 없이 출항했다”는 대만 인터넷 매체 미러 데일리 보도를 인용하면서다.

미러 데일리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잠수함은 군함이자 특수선이라 예외”라는 이유를 들어 닻 없이 시험을 강행했다. 이와 함께 “하이쿤의 수밀문 시스템이 완전한 통합 시험을 거치지 못해 고압 상황에서 각 구획이 수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언급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만 자유시보 보도를 들어 하이쿤의 디젤 엔진이 잠수함 전용이 아닌 북유럽산 상업용 디젤 발전기라는 점도 겨냥했다. 그리고는 대만 군 소식통의 발언을 소개했다. “대만이 고출력 잠수함용 주기관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 통제 기준을 밑도는 상업용 발전기를 6기 병렬로 묶어 쓰고 있다. 앞으로 같은 방식의 잠수함을 양산하려면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해 사실상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만 국방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구리슝(顧立雄) 대만 국방부장은 1일(현지시간) 입법원 질의에서 “최근 실시한 부상 항해 시험에는 앵커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승조원 안전을 위협하면서까지 시험 일정을 맞추려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추이쥔룽(邱俊榮) 대만 해군 참모장은 “최근 시험에서 앵커를 떼어낸 건 일부 부품을 교체하고 미세 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12월 중순쯤 재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국방부의 진화에도 하이쿤의 실전 배치 일정 지연은 사실이다. 하이쿤의 해상 시험은 당초 지난 9월까지 완료된 뒤 11월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구 장관은 “안전성 평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으며, 특정 월에 맞추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군사 전문가를 인용해 “시험 진척 상황의 심각한 지연, 탑재 장비의 잇따른 고장 등 모든 문제가 섬의 국산 잠수함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깎아내렸다.

하이쿤에 중국 언론이 이처럼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이 잠수함이 지닌 상징성과 무관치 않다. 하이쿤은 대만이 2016년부터 추진한 대만산 잠수함의 첫 번째 함이다. 2023년 9월 열린 진수식에서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총통은 “과거에는 국산 잠수함이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졌지만, 오늘 우리는 우리 손으로 설계·제작한 잠수함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9월 열린 대만 잠수함 하이쿤 진수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정 가운데가 차이잉원 전 대만 총통.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이은호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사다. 이 대사는 전략물자관리원장 출신이다. AP=연합뉴스
대만 군 당국은 하이쿤급 잠수함이 중국 해군을 억지하는 전략적 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만은 하이쿤급 잠수함으로 대만 해협의 얕은 수심에서 매복 작전을 펼치거나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을 봉쇄할 수 있다. 단 몇 척의 잠수함으로 중국 해군의 기동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중국으로선 하이쿤의 약점을 부각해 대만의 자주 국방 의지를 꺾어야 할 필요도 있는 실정이다.




이근평([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