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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어게인' 들뜬 美민주…"압승 불가능" 말 나온 이유 셋

중앙일보

2025.12.20 12:00 2025.12.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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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왼쪽ㆍ뉴욕)과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의원(뉴욕)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유대교 ‘하누카’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메노라 점등식’ 행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42석 순감, 민주당 41석 순증’
2016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른 연방 하원 선거 이후 2년 만인 2018년 중간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공화당이 잃은 의석, 그리고 야당인 민주당이 늘린 의석 숫자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내세운 공화당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은 전체 435석의 주인을 가리는 하원 선거에서도 194석에 그쳐 241석을 얻은 공화당에 과반(218석) 다수당 지위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년 만인 2018년 중간선거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민주당이 대약진해 235석으로 41석을 늘렸고, 공화당은 42석(미확정 지역구 1석 포함)을 빼앗긴 199석에 그쳐 소수당 신세가 됐다.

내년 11월 치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2018년 어게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치르는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라는 점에서 2018년의 데자뷔가 느껴진다. 최근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 뉴욕시장 선거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 등 격전지와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연이어 대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①민주당 ‘공략 가능’ 지역구 숫자 줄어

다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2018년 중간선거 때와 같은 ‘블루 웨이브(민주당 압승)’가 재현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 이유로 1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민주당이 공략 가능한 지역구 자체가 확 줄었다는 점을 꼽았다.

2018년 중간선거 때는 2년 전인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5%포인트 미만으로 승리했거나 패배해 민주당이 ‘공략 가능’한 곳으로 여겨진 지역구가 31개였다. 2026년 중간선거에서 같은 조건의 지역구는 14개에 불과하다. 민주당으로선 해볼 만한 싸움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 됐다.



②2024 하원 선거서 이미 ‘선방’

민주당이 2024년 하원 선거에서 2016년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민주당 물결’을 어렵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민주당은 2016년 하원 선거에서 194석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대선 대패 분위기 속에서도 하원 선거에서 215석(득표율 49.4%)을 건져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폴리티코는 “2018년 중간선거처럼 민주당이 40여석을 뒤집으려면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때 12%포인트 이하로 승리한 모든 지역구에서 당선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정치적 중력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짚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정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일방적으로 휩쓰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건물. 연합뉴스


③게리맨더링으로 ‘방탄 지역구’ 남발

공화·민주 양당이 그간 자의적으로 행한 선거구 재획정(게리맨더링) 역시 민주당 압승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양당이 각각 자당에 우호적인 지역, 즉 ‘방탄 지역구’ 중심으로 선거구 지도를 재편하면서 뒤집기를 시도해 봄직한 경합지 자체가 좁아졌다. 가령 2020년 선거 기준으로 승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였던 하원 선거구는 93곳에 달했지만, 양당이 당리당략에 맞게 선거구를 재조정한 뒤로는 그런 선거구가 79곳으로 줄었다. 민심이 어느 정도 움직여도 의석 자체는 크게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지난해 대선보다는 선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지 못하더라도, 상원을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적인 하원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 단 세나는 “모든 의석이 뒤집기가 가능하진 않더라도 전장을 넓혀 공격하는 것이 민주당에 이롭다. 전투 범위를 넓히다 보면 보석 같은 후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공화당 “민주당 공세, 무모한 자충수”

하지만 선거구 재획정 작업이 아직 더 남아 있다는 점은 민주당이 간과하기 힘든 변수다. 예를 들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텍사스 주에서는 일부 민주당 강세 지역을 공화당 안전 지역으로 변모시켰고, 민주당이 차지한 격전 지역구 두 곳을 공화당에 유리하게 바꿔 놨다. 민주당이 이긴 노스캐롤라이나 제1선거구도 선거구 재편으로 친공화당 성향이 강해졌다.

공화당 하원 선거위원회(NRCC) 마이크 마리넬라 대변인은 “민주당이 갑자기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경쟁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박함이 묻어난다”며 “지나치게 무모한 자충수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민주당 역시 자체적으로 선거구 재획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새 선거 구도가 드러나는 내년 중반까지는 상황을 더 기다려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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