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 평대초등학교 3학년 교실.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의 초등학생 8명이 책 ‘쉰모살, 어디까지 가 봤니’ 출판 설명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말미잘, 달랑게, 무늬발게 등 지난 학기부터 학교 인근 쉰모살 연안습지서 직접 보고 느낀 해양생물 탐험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쉰모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린이 중 절반은 서울시교육청의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형 자율학교인 평대초로 유학 온 서울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제주에 머물면서 학교 수업시간에 바다뿐 아니라 다양한 제주의 자연환경 특성을 살린 승마, 숲체험, 캠핑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오세은 양(3학년)은 “서울에선 학원 6개를 다녔지만, 제주에 와선 수영만 배우고 있다”며 “학원 대신 캠핑 등 기억에 남는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서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1개 학기 이상 농촌에 머물면서 자연과 지역 공동체를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2021년 시작해 올해 2학기까지 누적 참여 인원은 2670명이다. 이번 학기에만 443명이 참여했다.
서울교육청은 현재 전남·전북·강원·제주 등 4개 교육청과 교류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천교육청과도 교류가 시작될 예정이다.
교류 유형은 가족이 함께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현지 농가 부모와 생활하는 농촌 홈스테이형, 활동가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학센터형 등 3가지다. 가족단위 참여시 가구당 30만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제주의 경우 교육청에서 30만원의 추가 지원금을 준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검토 중이다.
학생, 학부모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교육청 조사결과, 참여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88.4%로 집계됐다. 남매를 제주 공진초로 유학 보낸 A씨는 “전교생이 1800명인 과밀학교에 다니며 컨테이너로 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휴일에도 학교에 가고 싶어할 정도로 학교를 좋아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참여 학부모들은 주거, 진학 등 현실적 여건상 주어진 1개 학기 이상 머무르기가 쉽지 않은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 성읍초에 두 딸을 보낸 학부모 B씨는 “만족도가 높아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하지만 학부모들이 지역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지역 학생들을 고려한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명혜 평대초 교사는 “남겨진 아이들이 나중에 친구 맺기를 두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 개발 등 최선을 다해 학생들이 머물 기간을 늘리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