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부 우체국 창구에서도 시중은행 대출을 직접 신청하고 상담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은행 업무 위탁을 통한 ‘은행대리업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은행 점포 감소로 대면 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지역에서도 우체국과 저축은행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은행대리업은 은행의 고유 업무인 예·적금, 대출, 이체 등 일부 업무를 제3자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그동안 예금·대출 계약 체결과 해지 등 본질적 업무는 외부 위탁이 제한됐지만, 이번 지정으로 은행이 우체국과 저축은행에 고객 접점 업무를 맡길 수 있게 됐다. 다만 대출 심사와 승인, 자금 집행 등 핵심 업무는 은행이 직접 수행한다.
시범 운영은 내년 상반기(1~6월) 중 전국 20여 개 총괄우체국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부터 취급한다. 우체국 직원은 대출 상품 설명과 상담, 신청서 접수, 약정서 자서 등을 담당하고, 은행은 전산 심사와 금리·한도 산정, 승인, 대출금 지급을 맡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접근이 어려운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이용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은행대리업 운영과 관련한 책임이 원칙적으로 은행에 귀속되도록 했다. 대리업 운영을 이유로 인근 은행 영업점을 폐쇄하는 것도 제한했다. 시범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과 운영상 보완 사항을 점검한 뒤, 은행대리업을 정식 제도로 도입하기 위한 은행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금융당국이 금리인하요구권 안내 강화와 수용률 공시 등 제도 개선을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신청 건수와 수용률, 이자 감면액이 모두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내년 1분기(1~3월)부터 개인이 한 번만 동의하면,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개인 대출에 대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분석해 자동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게 된다. 금리인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그 사유를 분석해 차주에게 안내한다. 해당 서비스는 13개 은행의 개인 대출에 대해 내년 1분기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제2금융권은 은행권의 운영 상황에 따라 협의를 거쳐 단계적 추진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완화되고, AI·데이터 등 기술을 활용한 포용금융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