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충북지사(국민의힘)가 21일 경찰에 출석해 지역 체육계 인사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
충북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김 지사를 불러 지난 4월과 6월 국외 출장 전 윤현우 충북체육회장과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 등 3명에게 두 차례에 걸쳐 11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김 지사는 충북 괴산에 있는 자신의 산막 인테리어 비용을 윤 배구협회장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안으로 경찰이 김 지사를 소환한 것은 지난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9시10분쯤 충북경찰청에 출석한 김 지사는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혐의가 없는데 부인하고 할 게 있느냐.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도민께 할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조사를 마친 뒤 한 말씀 드리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김 지사가 1차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내용에 대해 보강 수사를 거친 뒤 다시 소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는 지난 6월 26일 일본 출장을 앞두고 현금 500만원, 지난 4월께 미국 출장에 앞서 600만원을 지역 체육계 인사로부터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김 지사가 금전을 수수한 사실이 있는지, 금전을 대가로 특혜를 제공한 사실은 없는지 등 1차 조사에서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캐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두영 회장으로부터 산막 설치·수리 비용을 받았는지 아닌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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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 측 “경찰 무리한 수사…특혜 준 것 없어”
경찰은 윤 회장이 지역 건설업자를 통해 김 지사의 산막 설치·수리비용 2000만원을 댄 정황을 포착,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 중인 상태다. 김 지사와 동향인 윤 회장은 충북도 핵심 사업인 ‘못난이 김치’ 사업과 쪽파양액재배 시범사업에 잇달아 참여한 인물로, 청주에서 김치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지사는 수사 초기부터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경찰이 금품 수수에 대한 확실한 증거도 없이, 제보자 진술과 체육계 인사 간 대화 녹취를 근거로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산막 인테리어 비용도 김 지사가 지불한 것으로 안다. 쪽파양액재배 실증단지는 윤 회장 자비로 지은 것이라 충북도가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지난 8월 김 지사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뒤 피의자 소환 조사를 거쳐 통화·메신저 목록, 차량 블랙박스 영상, 회계장부, 피의자·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