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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늑대' 11년만에 또 등장…'15명 사상' 대만 테러 비상

중앙일보

2025.12.20 22:02 2025.12.2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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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외로운 늑대' 범인이 연막탄을 터뜨리고 지나는 시민을 무차별 공격해 15명이 사상당한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이 중산역 인근 사건 현장을 노란색 범죄 현장 테이프로 봉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 도심에서 ‘외로운 늑대’의 묻지마 칼부림에 4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은 20일 경찰청을 찾아 수사 보고를 받고 경찰특공대의 배치와 훈련을 포함한 경찰의 대테러 대응력 강화를 지시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21일 보도했다.

음주운전으로 군에서 쫓겨난 경력의 용의자 장원(張文·27)의 범행은 방화, 연막탄 투척, 무차별 칼부림까지 3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20일 대만 경찰이 공개한 범행 세부 사항에 따르면 장원은 전날 오후 3시 40분 중산(中山)구 주택가 세 곳에서 방화를 저질렀다. 이후 임대 아파트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범행 도구를 챙겼다. 발코니에 다시 불을 지른 뒤 타이베이 역으로 걸어가 5시 23분경 M7, M8 출구 사이 지하도에서 연막탄을 던지고 장검으로 행인을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상처를 입었다.

장원은 이후 다퉁(大同)구에 있는 범행 이틀 전 투숙한 호텔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무기를 보충했다. 오후 6시 37분 중산(中山)역에 나타난 장원은 연막탄을 터뜨리고 시민을 공격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인근 청핀(誠品) 서점에 들어가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또 다른 사망자와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후 장원은 오후 6시 40분경 서점 옥상 6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지난 20일 타이베이의 한 쇼핑몰 앞에 전날 '외로운 늑대'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시민들의 꽃과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이날 병원을 찾아 참혹한 지하철 테러 사건에 대한 철저한 공개 조사를 약속했다. AFP
이번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그의 임대 아파트에서 칼 4자루, 불에 탄 노트북 1대, 휘발유 5병을 발견했고, 사건 이틀 전 투숙한 호텔 객실에서는 휘발유 통 23개, 태블릿 2대를 발견했다. 타이베이 지하철 지하통로에서는 연막탄 17개(미발사탄 2개 포함), 휘발유 15병, 전술 조끼, 칼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장원이 지난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 객차에서 무차별 칼부림으로 4명을 살해하고 24명을 다치게 한 정제(鄭捷, 1993~2016) 관련 뉴스 및 정보를 검색했다며 그의 범죄를 모방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제는 2016년 총살형으로 처형됐다.

장룽싱(張榮興) 대만 경찰청장은 20일 기자브리핑에서 “용의자 장원은 미혼이며, 대학 졸업 후 자원입대했으나, 2022년 음주운전으로 제대했다”고 밝혔다. 올해 그는 의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병역 방해 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방 검찰청의 수배를 받고 있었다. 특히 16일 범행 현장인 다퉁구와 중산구를 오토바이를 이용해 지리를 익혔고, 18일에는 사건이 발생한 서점을 방문해 옥상의 크리스마스 장식 촬영 방법을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은 11년만에 다시 발생한 ‘외로운 늑대’ 테러에 충격에 빠졌다. 쉬푸성(許福生) 중앙경찰대학 교수는 “단순한 무차별 살인이 아닌 ‘자기 정당화 군사 행동’이자 ‘외로운 늑대형 폭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쉬 교수는 “공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공격을 감행한 범행 수법을 볼 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행위”라며 “사회에 대한 강한 불만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이 결합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건 직후 장원의 형제라고 칭한 네티즌이 SNS인 스레드에 가오슝 기차역, 타이중의 신광미츠코시 백화점을 대상으로 ‘범죄예고’를 올렸다. 온라인에는 용의자 장원의 어머니가 중국 출신이라는 루머가 퍼졌으나 한국의 통일부 격인 대륙위원회가 가짜뉴스라며 사건을 빌미로 갈등을 조장하려는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국무원대만판공실 대변인은 20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19일 타이베이에서 발생한 무고한 희생 사건에 깊은 우려와 슬픔을 표한다”며 “희생자와 유가족께 진심으로 애도를 전하며 부상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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