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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물 ‘산타버스’ 화재 우려로 멈추자 산타로 변신해 꼬마 승객 찾아간다

중앙일보

2025.12.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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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9년간 산타 버스를 운행해 온 대진여객 소속 버스기사 주형민(51)씨가 20일 인터뷰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 이은지 기자

“산타 버스는 멈췄지만, 산타로 변신해 어린이집에 찾아갈 겁니다.”

화재 우려 민원 때문에 산타 버스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버스 기사 주형민(51)씨의 말이다. 9년간 연말이면 시내를 누비던 부산 명물 ‘산타 버스’가 내부 장식물인 솜과 트리 등으로 화재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접수되자 부산시가 지난 11일 주씨에게 운행 중단 통보를 내렸다.

주씨의 산타 버스는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는 물론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차고지인 부산 기장군 대진여객부터 대룡마을까지 해안선을 달리는 187번 버스는 하루 3번 운행에 1000여명이 탈 정도로 북적였다.

주씨는 운행 중단 통보를 받자마자 그동안 공들여 만든 내부 장식을 1시간 만에 모두 철거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주씨를 만나 당시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며 “지난 9년 동안 산타 버스를 운행하면서 민원이 매년 제기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크리스마스를 열흘 정도 앞두고 산타 버스를 운행해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크리스마스 날까지 운행을 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12월 1일부터 산타 버스를 운행한 게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했다.

미대 출신인 주씨는 “올해 초부터 내부 디자인 계획을 세운 뒤 도면을 그리고, 포토샵 작업도 했다”며 “나흘 동안 집에 못 들어가고 쪽잠을 자면서 내부를 꾸몄는데 운행 중단 통보를 받고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주형민 씨가 67시간 공들여 만든 산타 버스 내부 모습. 부산시는 화재 우려가 있다며 지난 11일 운행 중단을 통보해 내부 장식을 모두 철거했다. 사진 주형민 씨 SNS



부산시 제안으로 외부 랩핑한 ‘산타 버스’ 22일부터 운행

산타 버스 운행 중단 소식을 모르고 지난 11일 부산의 한 어린이집 원아들이 대진여객 차고지를 방문했다고 한다. 내부 장식이 모두 사라진 산타 버스를 본 꼬마 승객들은 실망했고, 몇몇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주씨는 아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다음날 산타로 변신해 어린이집을 찾아갔다. 그는 “산타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동안 산타 버스로 오라고만 했을까’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며 “앞으로 아이들을 찾아가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씨는 지난해 산타 버스를 탔던 해운대구 반송동 YMCA 어린이집을 오는 24일 방문해 크리스마스 봉사를 할 계획이다. 그는 “승객에게 주려고 사탕, 산타 모자 등 선물을 400만 원치 정도 사뒀다”며 “산타로 변신해 꼬마 승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추억을 만들어주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버스 내부가 아닌 외부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랩핑한 산타 버스를 운행하자는 부산시의 제안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부산시는 주씨가 소속된 대진여객을 포함, 총 10군데 버스 회사를 통해 랩핑한 산타 버스를 오는 22일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이은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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