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 기간 종료 1주일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수사에 막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윤 전 대통령을 소환해 8시간 가량 조사했고, 21일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로 소환했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에서 김 여사의 고가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수수) 당시에는 관련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문제가 된 이후 물어보니 '빌렸다'고 하길래 그렇게만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의심스러운 공천 정황" 尹 부부 개입 암시
이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2022년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강서구청장·포항시장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며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대표였던) 2022년 윤 전 대통령이 날 어떻게 대했는지 대부분 국민이 알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공범으로 엮으려는 건 굉장히 무리한 시도”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부당한 공천이 없었냐’는 질문에 “(부당하게 공천에 개입한) 주체가 중요하다. 당 대표가 공천에 개입한다는 건 그 자체로 언어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관되게 의심스러운 공천 정황이 있다는 말을 해 왔다”며 “제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특검에 자료 제출을 성실히 잘해 왔다”고도 했다. 당 대표였던 본인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고, 공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임을 암시하는 발언이다. 이 대표는 그간 윤 전 대통령이 강서구청장과 포항시장 공천 등에 개입하려 했다는 통화 녹음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하는 과정에 당 대표였던 이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가담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이 이 대표에게 송부한 출석요구서엔 “국민의힘 대표 지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윤 전 대통령, 김 여사 등과 공모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팀은 지난 7월 이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후 5개월 만인 이날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이 부당하게 개입해 공천을 주려고 한 인물로 지목된 건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과 환동해연구원장인 문충운 전 포항시장 예비후보다. 김 전 구청장은 형사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상태였음에도 공천을 받아 2022년 6월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문충운 전 예비후보의 경우 공천을 위해 김 여사가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과적으로 이강덕 포항시장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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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김건희 특검팀 첫 출석
특검팀은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서도 160여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해 공천개입 의혹을 추궁했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재보궐 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공천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 좀 (공천)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하는 통화 녹취도 공개된 상태다. 이와 관련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특검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김건희 여사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고가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에 대해서도 신문했다. 특검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을 토대로 추가 소환조사 없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