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가 최근 러시아 외무부 북핵 담당 당국자와 만나 북한 문제를 비롯한 관련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한·러 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에서 북핵 관련 업무를 맡은 당국자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부 북핵 담당 특임 대사 등과 비공개로 면담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외교부의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보고했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으로 될 경우에 우리가 국익을 어떻게 수호할 것인가 관련해 종합적으로 보고를 드렸다”고 밝혔는데 한·러 외교 당국자 간 면담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기점으로 북·러 밀착이 한층 더 가속하는 가운데 북한을 대화의 장을 끌어내기 위해선 러시아와의 조율이 필요하단 판단이 깔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러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당국자 간 면담을 진행한 건 지난 9월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조현 장관은 지난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북·러 군사협력 지속에 대한 엄중한 우려를 전했다. 당시 라브로프는 북한을 겨냥한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을 “도발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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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본 핵 무장론 비판
한편 북한이 일본의 핵무장론과 관련해 “인류에게 대재앙을 들씌우게 될 전범국 일본의 핵무장화기도는 철저히 저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외무성 일본연구소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가 언급한 핵 무장에 대해 “도발적 망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정권에서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총리 관저 간부는 지난 19일 일본 취재진에게 사견을 전제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간부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핵무기 증강 등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일본을 겨냥해 “얼마든지 핵무장을 실현하고 또다시 침략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를 수 있는 불량국가”라며 “전범국인 일본의 손아귀에 핵무기까지 쥐어지는 경우 아시아 나라들의 머리 위에 무서운 핵 참화가 들씌워지고 인류가 대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등에 업고 핵 무장화로 줄달음치고 있는 전범국 일본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을 단호히 저지시켜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악화한 중·일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투영된 담화”라면서 “단순히 일본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핵 보유는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논리를 더 강화하고 중·러와의 반미·반일 연대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