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 박지훈(25)이 내년 시즌 주전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원형 신임 감독이 보는 앞에서 지옥훈련을 견뎌낸 만큼 주전을 꿰차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넘친다.
취임식 때부터 수비를 강조한 김원형 감독은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디펜스 데이’를 신설, 매일 내야수 한 명씩 오후 훈련 열외 후 보조구장 3루 베이스 근처에서 지옥의 펑고 200개를 받게 했다.
디펜스 데이 첫 주자로 나섰던 박지훈은 “얼마나 많이 하는지 모르고, 어느 정도 강도인지 몰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첫 타구부터 먼 곳으로 세게 오는 걸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으며 “20~30개 정도 받으니까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굳었다. 이후에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무릎은 까졌고, 손에서는 피가 났다. 발바닥에 큰 물집도 생겼다. 감독님, 수석코치님, 수비코치님이 다 보고 계셔서 힘든 내색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이끄는 대로 이를 악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스러웠던 만큼 소득도 제법 있었다. 박지훈은 “처음으로 이런 훈련을 해봤는데 확실히 정신력이 강해졌다.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꼈다. 무엇보다 몸에 힘이 빠진 상태로 몸이 반응하는 걸 느낀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이후 수비 훈련을 할 때 몸에 힘이 많이 빠졌고, 여유도 많이 생겼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박지훈은 마산고를 나와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5라운드 49순위 지명된 6년차 내야수다. 2023년까지 현역 입대 포함 1군 66경기 출전이 전부였고, 올해도 9월까지 이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9월 중순 1군 합류 이후 2주 동안 타율 4할5푼2리(42타수 19안타) 1홈런 8타점 원맨쇼를 펼치며 2루수, 3루수가 공석인 두산 내야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 1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두산은 콜어빈, 키움은 매르세데스가 선발로 나섰다.6회말 무사에서 두산 박지훈이 좌월 솔로포를 날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5.09.17 /[email protected]
박지훈은 “5월 말소 이후 1군 콜업 소식이 없어서 실망도 하고, 좌절도 많이 했다. 그 때 이도형 코치님이 2군에서 맨투맨 타격 지도를 해주셨는데 그걸 계기로 타격이 확 달라졌다.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해야 하나. 묵묵히 훈련하다보니 9월 1군에 불러주셨고, 2군처럼 편하게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1군 경기가 재미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이전까지는 ‘실수하거나 못 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컸는데 이 때는 ‘오늘은 또 어떻게 더 잘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경기했다”라고 말했다.
박지훈의 가장 큰 강점은 멀티 포지션 소화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 3루수를 비롯해 1루수, 2루수에 외야수까지 가능하다. 포수 빼고 사실상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슈퍼 유틸리티 플레이어라고 보면 된다.
두산 베어스 제공
박지훈은 “유격수, 3루수가 가장 자신 있고, 1루수는 어릴 때부터 대수비를 워낙 많이 봤다. 2루수도 다른 내야수와 비슷하다”라며 “외야수는 어떻게 보면 겸업인데 어깨가 강해서 구단에서 외야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어느 포지션이든 맡겨만 주시면 최선을 다해 책임질 자신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감독님께서 가장 강조하시는 게 수비다. 많은 포지션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일단 확실하게 1~2자리를 소화해야 감독님이 믿고 맡기실 수 있다. 또 그런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라며 “타격은 사이클이 있어서 그 때 가서 조정이 가능하지만, 수비는 바로 조정이 어렵고, 갖고 있는 능력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수비에 포커스를 맞추고 마무리캠프를 소화했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비시즌에도 휴식 없이 벌크업에 매진하고 있는 박지훈의 내년 목표는 주전이다. 군대도 다녀왔고, 내년이면 어느덧 입단 7년차가 되기에 이제는 2군이 아닌 1군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박지훈은 “작년 9월 한 달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기간 동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이 자신감을 갖고 내년 여러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할 텐데 야구장에서만큼은 내가 꼭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경쟁에 임할 것이다. 자리를 잡는 시즌을 만들도록 하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