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법안 내용 수정에 나서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 역시 본회의 상정 직전에야 법안이 완성될 예정이어서 민주당이 당초 목표했던 ‘연내 처리’ 시한을 맞추기 위해 각종 논란이 있는 두 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22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재판부법과 정통망법 개정안을 차례대로 처리할 방침이다. 두 법안의 처리 순서는 21일 오후 늦게 뒤바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안건 순서는 현재로서는 바뀔 가능성이 없다”며 당초 계획대로 정통망법 개정안을 23일에, 내란재판부법을 24일에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등이 21일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다녀온 뒤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 순서 변경을 급히 의논했다고 한다. 결국 ‘내란재판부법은 16일부터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정통망법 개정안은 20일에야 수정이 결정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났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있는 내란재판부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면서도 “고위당정 회의에서는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대통령실과 총리실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에 반발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과 함께 ‘24시간 경과 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규정을 활용해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두 법안은 22~23일 상정한 뒤 23~24일 각각 처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상임위원회 심사는 끝났지만 정책위가 키를 쥐고 최종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의 반발은 물론 당내 이견으로 잡음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깜깜이’로 최종 성안을 도맡은 형국이다.
이 중 정통망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가 ‘허위정보 유통 금지’ 조항을 심사 과정에서 되살려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삭제한 조항이다. 법사위는 과방위가 삭제했던 ‘사실 적시 명예훼손’ 관련 조항의 일부도 되살렸다. 그러자 지난 19일 전국언론노조는 “법사위가 자신의 권한을 뛰어넘어 법안의 핵심 내용을 뒤엎었다”며 “개악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최민희 과방위’에 대한 ‘추미애 법사위’의 월권”(전직 의원)이란 비판이 제기될 만큼 논란이 커지자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 “단순오인·단순착오 및 실수로 생산된 허위정보를 원천적으로 유통 금지하는 경우 이미 헌법재판소로부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받은 바 있다”며 법안 재수정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참여연대는 21일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기는 커녕 과방위 대안보다 더 나쁜 내용으로 수정됐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내란재판부법도 혼란스러운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지난 3일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수정키로 했지만, 위헌 소지가 있는 판사 추천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대법원이 자체 예규로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민주당은 대법원 내 ‘사무분담위원회’를 통해 전담재판부를 구성하고 이를 법원 내 판사회의에서 의결토록 하는 방안을 수정안에 담을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21일 “최소한 대법원 예규와 같은 내용으로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만들어 통과시키거나, (아니면) 위헌성으로 지적된 핵심 표지가 없고 대법원 예규보다 더 나은 합헌적 내용으로 설치법을 마련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사위 강경파가 “예규는 대법원의 꼼수”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위헌 소지에 대해 다툼이 있는 설치안 통과와 그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 지도부가 수정안 마련에 대법원 예규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권 내 위헌 논란이 지속되고, 법안 처리 순서까지 심야에 뒤집힌 이날 국민의힘은 정통망법 개정안과 내란재판부법의 원천 폐기를 요구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언론자유특별위원장은 “민주당이 결국 스스로 졸속·땜질입법임을 자인했다”며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는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도 없었다. 호떡 뒤집듯 바뀌는 ‘전 국민 입틀막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내란재판부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진정으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원한다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지키는 사법부의 대안(예규 신설)을 존중하면 된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