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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대인 총격테러 1주일 맞아 전국 촛불·묵념으로 추모

연합뉴스

2025.12.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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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피로 물들었지만…빛은 어둠을 이긴다" 앨버니지 총리, '예방 실패' 경찰·정보기관 조사 지시
호주, 유대인 총격테러 1주일 맞아 전국 촛불·묵념으로 추모
"우리나라 피로 물들었지만…빛은 어둠을 이긴다"
앨버니지 총리, '예방 실패' 경찰·정보기관 조사 지시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호주 시드니 유대인 하누카 축제 총격 테러 사건 1주일을 맞아 호주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촛불과 침묵으로 희생자 15명을 추모했다.
1주일 전 총격 테러 발생 신고가 처음 접수된 21일(현지시간) 오후 6시 47분 호주 곳곳의 수많은 가정집 등지에서 추모의 촛불이 켜진 가운데 호주 국민들과 TV·라디오 방송들은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호주 정부가 추모의 날로 지정한 이날 호주 전국의 정부 청사와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정부 청사는 조기를 게양하고 '빛은 어둠을 이긴다'는 메시지와 함께 촛불을 나타내는 노란색 조명을 켰다. 시드니의 상징 오페라 하우스 등 여러 건물도 촛불 모양의 조명을 밝혔다.
이날 저녁 사건 현장인 시드니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는 해변을 가득 메운 수만 명이 촛불을 밝히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테러 당시 총격범에게서 총기를 빼앗은 '시민 영웅'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의 아버지도 부상으로 입원한 아들을 대신해 참석했다.
NSW 유대인 단체 대표인 데이비드 오십은 행사 시작 연설에서 "본다이 비치의 잔디가 피로 물들었듯이, 우리나라도 피로 물들었다. 우리는 암흑 속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친구 여러분, 하누카는 빛이 가장 어두운 곳조차 비출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면서 "하나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의 희망의 불꽃이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흐메드가 우리 모두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주님은 마음이 부서진 이들에게 가까이 임한다. 오늘 나는 형제자매 여러분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쓴 채 행사에 참석했지만, 연설은 하지 않았다. 행사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야유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호주에서 유대인을 겨냥한 방화 등 공격이 늘어나다가 이번 사건까지 터지자 앨버니지 정부는 반유대주의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치안당국이 이번 사건을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 앨버니지 총리는 경찰·정보기관을 조사하기로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들 기관이 "호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권한, 구조, 절차·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내년 4월 말까지 보고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저녁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에서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 부자가 총기를 난사해 유대인 15명이 희생됐다.
경찰은 이들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아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현장에서 사살된 사지드를 제외하고 살아남은 나비드를 살인·테러 등 총 59건의 혐의로 기소했다.
나비드는 2019년 시드니에서 체포된 IS 관련 테러 계획범과 연관성 때문에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의 조사를 받았지만, 당시는 주요 용의자로 여겨지지 않아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정부는 또 특별법을 만들어 반유대주의 등 인종을 근거로 한 심각한 비방 행위를 처벌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인사들의 호주 입국을 막는 등 증오 발언·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총기 수 제한, 무기한 총기 면허 발급 제한, 합법인 총기 종류 제한, 호주 시민권자만 총기 소유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총기 규제법 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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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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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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