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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햇빛연금’ 탄생 주역 “햇빛 주인은 주민”

중앙일보

2025.12.21 07:12 2025.12.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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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광주총국장
“태양광 개발 이익을 햇빛의 주인인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햇빛연금’의 근본 취지입니다.”

장희웅(52) 전남 신안군 신재생에너지국장이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햇빛연금을 모범 사례로 언급하며 “(신안군 담당 국장을) 데려다 쓰는 것을 검토해보라”고 지목한 인물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신안군 내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주민 몫으로 30%가량 의무 할당하고 있지 않으냐. 아주 모범적 형태”라며 햇빛연금의 전국 확산을 주문했다.

햇빛연금은 태양광 발전 이익을 개발자와 주민이 공유하는 정책이다. 신안군은 풍력 이익을 나누는 ‘바람연금’을 합쳐 1인당 연간 최대 600만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재는 신안군 안좌도와 자라도 등에서 발전소와 거리에 따라 1인당 최대 272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햇빛연금은 박우량(70) 전 신안군수가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조례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총 317억원의 햇빛연금이 2021년 4월부터 신안군 인구 3만8835명 중 45%(1만7455명)에게 지급됐다. 2028년 완공 예정인 390메가와트(㎿)급 신안 우이해상풍력 발전소가 가동되면 군민 100%가 햇빛·바람연금을 받게 된다.

2021년 4월부터 총 317억원의 햇빛연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해 온 전남 신안군의 한 태양광 집적화단지 전경. [중앙포토]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2020년 3만명대로 떨어졌던 인구를 증가세로 돌려세웠다. 매년 급감하던 인구가 연금 지급 후인 2023년과 2024년 각각 179명, 2024년 136명 늘어나더니 올해는 지난 9월까지 710명 증가했다. 지방소멸 위기 상황에서 군(郡) 단위 인구가 9개월 새 700명 이상 늘어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햇빛연금에 이어 도입된 바람연금은 에너지 이익공유 규모를 크게 늘릴 분야다. 신안군은 2035년까지 임자도 앞바다에 8.2기가와트(GW)급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 3000억 원대의 바람연금이 생길 것으로 본다. 신안군의 조례대로라면 인구 5만명에게 1인당 햇빛·바람연금 상한인 600만원을 줄 수 있는 규모다. 신안군 안팎에서 “인구가 5만명을 넘어선 안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햇빛연금은 시행 직후부터 국민 기본소득의 선진 모델로 꼽혀왔다. 사업비 부담 없이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전국 지자체들을 자극했다. 국민의 세금 대신 햇빛·바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어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는 농어촌기본소득을 뒷받침할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

햇빛연금의 주역인 장희웅 국장은 “섬 지역 태양광 발전소 옆에 여러 채의 새집이 들어서는 걸 보면 햇빛연금 효과를 실감한다. 마치 기적 같다”고 했다. 햇빛연금이 신안군을 넘어 전국 국민에게도 현금을 쥐여주는 기적 같은 햇살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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