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는 탄소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식물·세균까지 모두 수많은 탄소화합물의 집합체다. 단백질·핵산·지방·탄수화물 등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들은 탄소를 중심으로 수소·산소·질소·인 등이 다양한 조합으로 결합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이루는 탄소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서 비롯되지만, 그 근원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포도당을 만든다. 이것이 다양한 화학적 반응을 거쳐 다른 탄수화물과 단백질·핵산, 지방 등으로 변환된다. 동물은 식물과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채식과 육식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따라서 식물은 인간과 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인 소중한 존재다. 식물이 초록색 잎사귀에서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을 만드는 화학 반응을 광합성이라고 한다. 식물이 동물과 달리 이런 기적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식물세포 속에 엽록체가 가득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엽록체가 붉은색과 파란색 빛을 흡수하고 초록색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식물은 녹색을 띠게 된다. 엽록체는 식물세포 내에 존재하는 작지만 놀라운 공장이다.
생태계, 탄소·산소 순환사이클
CO2 마시고 산소 내뿜는 식물
가장 효율적인 탄소흡수 장치
광합성 뛰어난 식물 개발해야
작지만 놀라운 공장, 엽록체
엽록체가 수행하는 광합성은 자연이 설계한 가장 섬세하고 완벽한 에너지 변환 시스템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땅에서 흡수한 물, 그리고 햇빛이 엽록체 내부에서 어우러져서 6개의 탄소 원자로 구성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동물은 식물이 생산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먹이를 통해 얻은 포도당을 세포 속 또 다른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이는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또 다른 탄소화합물인 가솔린이 산소와 격렬히 반응해 산화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가솔린이 지닌 화학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식물은 동물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여 탄수화물과 산소를 만들면서 탄소와 산소의 순환 사이클이 이어진다.
흥미롭게도 엽록체는 식물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전혀 다른 세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엽록체가 먼 과거, 자유롭게 살던 광합성 세균이 원시 식물세포에 포획되어 공생 관계를 이루면서 생겨났다고 본다. 수억 년 동안 두 생물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결국 하나의 세포 안에서 더 이상 분리할 수 없는 동반자가 되었다. 엽록체가 세포핵 DNA와는 별도로 고리 모양의 자체 DNA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 오래된 동거의 흔적이다. 공교롭게도 미토콘드리아 역시 수억 년 전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세균이 원시 진핵세포에 포획되어 공생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토콘드리아도 세포핵 DNA와 별개로 고리 모양의 자체 DNA를 가지고 있다. 모든 동물 세포 안에 수백, 수천 개씩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고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한편 식물세포 내에 존재하는 엽록체는 햇빛 에너지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과 산소를 만든다. 서로 다른 세균에서 유래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마치 탁구 하듯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주고받는 것이다.
엽록체는 지구 환경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식물과 엽록체는 인류를 지켜주는 중요한 방패다. 유엔 산하기구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림과 농작물이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각각 76억t, 60억t에 달한다. 육상 식물이 연간 136억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는 셈이다. 바다와 식물성 플랑크톤도 매년 100억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반면 인류가 한 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370억t이 넘는다. 세계 각국의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배출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 매년 130억t 넘는 이산화탄소가 쌓여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
탄소포집 기술 경쟁하는 세계 이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직접공기포집(DAC·Direct Air Capture)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물리적, 화학적 방식으로 흡수해서 고체화한 후 이를 지하에 영구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4%로 희박해서 이를 포집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기를 사용하면 오히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문제가 있고 DAC 시설 설치와 유지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해 식물과 엽록체는 가장 오래되고 효율적인 탄소 흡수 장치다. 식물은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만 흡수해 식품·사료·목재·펄프 등 인간에게 필요한 자원을 생산한다. 많은 의약품 역시 식물에서 비롯된다. 만약 광합성 효율을 높인 식물을 개발할 수 있다면, 가장 친환경적이고 비용 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탄소 저감과 식량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방식을 ‘녹색탄소포집’(GCC·Green Carbon Capture)이라 부른다. 아직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절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