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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특별시 넘어 행정수도까지 [김성탁의 시선]

중앙일보

2025.12.21 07:24 2025.12.2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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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후 대학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이 마무리됐다. 오는 29일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예나 지금이나 수능 만점자를 포함해 지방 고교를 다니며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지방 의대가 아니라면 상당수가 서울 상위권대를 지원할 것이다. 거꾸로 서울 상위권 학생들의 지방행은 지역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 정도다.

지방 우수 인재들이 고교 졸업 무렵 상경한 뒤 직장을 잡고 평생 수도권에 산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겠지만,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제·문화 인프라와 사교육 시설까지 서울과의 격차가 너무 큰 게 한국의 실상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으니 지방에 사는 이들이 자식의 상경을 싫어할 리 없겠지만, 요즘 같아선 참으로 허탈할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서울 집값을 뉴스로 접하다 보면 낭패감이 들 수밖에 없다. 강남 한강변 아파트가 평당 2~3억 한다는 뉴스에 놀랐는데 '신고가 행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한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지방은 광역시일지라도 미분양이 쌓이고, 부동산을 투자로 접근할만한 지역이 극소수다. 그래서 요즘 부동산 업계에선 “지방 현금 부자들이 ‘반포’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매입하려고 대기 중”이라는 말까지 돈다고 한다. 그나마 임대료를 낼 수 있어서인지 지방 도시에 가보면 어지간한 건물에 의원·병원 간판만 즐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때인 지난 5월 31일 세종시 나성동 나무그늘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해찬 상임고문과 함께 '행정수도 세종 완성추진' 이라고 쓰인 판넬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수도권이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는 와중에 대전·충남 통합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전·충남을 통합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하자고 말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역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지역 의원들이 논의를 이어왔으며 관련 특별법도 국민의힘 주도로 이미 발의한 상황이다.

대전·충남은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과학 단지와 반도체 단지 등 지역 경쟁력을 살릴만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충청은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고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수도권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곤 했다. 대전충남특별시의 등장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1극’을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중부권(대전·충청), 대경권(대구·경북), 서남권(전북·광주·전남), 강원·제주권 등 '5극3특 초광역권'으로 바꿔 지역별 성장엔진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년 2월 5극3특 권역별 성장엔진 산업을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남부권 반도체 혁신 벨트 구축을 위해 첨단 패키징(광주), 전력반도체(부산), 소재·부품(구미) 등 특화 클러스터 조성과 충청-호남-영남을 잇는 배터리 트라이앵글 특화단지 조성 등이 열거됐다.

정부가 균형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 수단을 집중하겠다고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기존 인프라 수준을 볼 때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도전이 없이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더욱이 정권이 바뀌면 또 그럴싸한 청사진을 선포하고 과거 정부 정책은 온데간데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돈·인재 빨아들이는 수도권
세종시 전국서 차로 2시간
이 대통령, 개헌 시동 걸어야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행정수도 세종 이전까지 본격 추진했으면 한다. 조만간 용산에서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는 이 대통령은 세종시 행정수도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대통령 세종집무실 및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조속 추진, 미이전 공공기관 이전과 법원 설치 등이다. “국가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최우선 과제이며, 행정수도 세종시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발전 꿈이 깃들어 있는 도시”라며 국토 대전환을 약속했었다.

대통령실 참모진의 3분의 1이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마당에 규제를 쏟아내 봤자 유례 없는 아파트 값 고공 행진만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전국 어디에서나 차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로 행정수도를 옮기는 변혁을 시도할 만하다. 신행정수도를 중심에 두고 영·호남과 강원 등으로 산업 시설이 자리 잡을 때 5극3특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정원오 성동구청장 띄우기에 이어 대전충남특별시가 되면 현재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있는 자리를 민주당 인사로 바꿀 수 있다는 선거 전략 차원이라는 일각의 시선은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 대통령으로서 국가 개조를 위한 개헌 작업 등에 나서주기 바란다.




김성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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