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균형 발전 전략으로 ‘5극(수도권·동남권·대구경북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전북·강원)’이라는 초광역권 육성 방안을 내놓았다. 대전·충남 통합은 그 시발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용 가능한 최대 범주”를 언급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할 의사를 내비쳤다. 다음 날 민주당도 특위를 구성하고 통합 특별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초자치단체 통합은 일부 사례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실현된 적은 없다. 역대 정부에서 추진됐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번번이 좌초됐다. 그만큼 이번 논의는 단기적 유불리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 전략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인구와 자본,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 다른 지역의 생존이 위협받을 지경이다. 대안은 일정한 규모를 지닌 광역자치단체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전과 충남이 통합하면 인구 357만 명의 새 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연구·과학 중심 도시인 대전과 제조업·농업 기반을 가진 충남이 결합하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통합이 국가의 미래와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보다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 종속되는 순간, 정책 신뢰와 추진 동력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다. 실제로 여권에선 특별법 처리 시점을 내년 지방선거 이전으로 못 박고, 대통령실 인사의 차출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내에선 환영이라는 반응과 선거공학적 접근이라는 비판이 교차하고 있다.
광역 지자체 통합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부산·울산·경남 통합이나 대구·경북 통합도 논의됐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새 지자체 명칭과 행정기관 배치, 재정 배분, 주민의 생활권 변화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과도 충분한 협의를 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전폭 지원’ 약속도 선거용 메시지가 아니라 중앙정부의 세수 이양이나 자치 권한 확대라는 실질적 제도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대전·충남 통합이 성공한다면 다른 지자체 통합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실패하면 지방 개편 논의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정권의 성과나 선거 전략이 아닌, 행정 통합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대승적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