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 출신인 최원준(55)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원포인트 인사’로 지난 4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1970년생 전기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차세대 갤럭시 디바이스 개발을 주도하며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린 점을 인정받아 ‘깜짝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 1976년생인 김정규(49) SK스퀘어 대표는 ‘글로벌 전문가’로 꼽힌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SK그룹에 입사한 뒤 미국과 말레이시아를 오가며 현지 투자와 사업개발을 이끌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맡다 올해 최연소 사장 승진자로 발탁됐다.
21일 중앙일보가 재계 순위 10대 그룹(농협 제외)의 올해 신규 사장급 승진 인사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이공계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승진자 3명 중 1명은 1970년대생으로 세대교체 흐름도 뚜렸했다.
구체적으로 삼성 5명, SK 11명, 현대차 4명, LG 4명, 롯데 2명, 한화 2명, GS 2명, HD현대 5명, 신세계 2명 등 총 37명의 사장급 승진자를 분석했다. 여기엔 사장급 외부 영입자도 포함된다. 포스코는 올해 사장 승진자가 없었다.
우선 대학(학부 기준)은 서울대(11명)·고려대(5명)·연세대(5명)의 앞글자를 딴 ‘SKY’ 출신이 전체 승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삼성·HD현대·GS 등 3개 그룹은 승진자 전원이 SKY였다. (이탈리아인인 삼성전자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 제외) 다만 그룹별로 부산대(LG)·경북대(SK)·영남대(롯데)·충남대(한화) 등 비수도권 학부 출신도 다수 눈에 띄었다.
학부 전공별로는 공학·이학 등 이공계열(20명)이 상경·법·인문학 등 인문계열(17명)보다 많았다. 최근 인공지능(AI) 주도 성장과 전동화·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술 경영’ 역량을 중시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현대차와 LG는 사장 승진자 100%가 이공계 출신이었다. 현대차에선 정준철(64) 현대차 제조부문장 등 기계·금속공학 전공자가, LG에선 김동춘(57) LG화학 대표 등 화학·기계 전공자가 사장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인문계열 중엔 경영학·경제학 등 상경계열 전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종 학위는 석사(MBA 포함)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사(12명)와 박사(9명) 순이었다. 박사 출신 사장 승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데 대해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기업에서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한 분야에만 정통한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다방면에서 사람들을 조율하고 컨트롤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박사라고 꼭 사장 승진에 유리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70년대생 사장 승진자는 총 13명으로, 전체 사장 승진자의 35.1%를 차지했다. 숫자만 보면 60년생(23명, 62.2%)이 가장 많지만, 최고경영진으로 젊은 인물을 발굴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SK그룹은 5명의 70년대생 새 사장을 배출해 세대교체 속도가 가장 두드러졌다. SK는 올해 사장을 포함한 전체 신규 임원(85명) 중 64%(54명)를 40대로 채웠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그룹 사장단 인사는 글로벌 불확실성 국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혔다”며 “젊고 기술 이해도가 높은 리더를 전면에 내세우는 인사 기조는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