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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일부 '두 국가론 개헌' 꺼내자…李 "어디 쉽나" 딱 잘랐다

중앙일보

2025.12.21 12:00 2025.12.2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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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을 대화로 이끌기 위해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정책은 현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취지의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독자 대북 제재인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서도 “이미 효력이 없어졌다면 새삼 해제를 선언해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취지로 반문했다고 한다.

21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 중 비공개 토의에서 한 통일부 당국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한 헌법 3조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헌법 3조와 관련된, ‘두 국가론’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정리가 우리의 전략적 포석을 만들어 줄 것”이란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발언(3일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을 인용하면서다.

당시 문 교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언급하면서 남한이 흡수통일을 꾀한다는 북한의 인식을 바꾸고, ‘평화적 두 국가론’의 첫 단추를 끼우기 위해 헌법 3조를 손봐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남측이 헌법 3조를 개정한다고 하면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면서다. 북한을 한국의 일부가 아니라 동등한 정상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관련 의견은 나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헌이 어디 쉽나. 매우 어렵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정책은 현실에 기반을 둬야지, 이상적인 건 꿈일 뿐”이란 지적도 덧붙였다고 한다.

개헌 자체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사안인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헌법에 손을 대는 건 더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정권 초 이슈를 집어삼킬 개헌 문제 자체를 여권 차원에서도 쉽게 꺼내지 않는 분위기”라며 “하물며 헌법 3조 개정은 불필요한 이념 논쟁으로 이어질 도화선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한 참모의 개인 의견이지 통일부의 공식 주장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역시 사안의 민감성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서 대북 정책의 방향을 밝히면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은 꺼내지 않았다.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의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예측(10월 국정감사)이 빗나간 셈인데, 이 역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결정이 지닐 파급력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실 차원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우려해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 방향에도 최종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의 5·24 조치 해제 필요성 제기에 이 대통령이 실익부터 따져 물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무보고 비공개 토의에서 정 장관은 “더는 실효성이 없는 사문화된 조치”라며 해제 선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진 5·24 조치는 남북 교역을 전면 금지하고, 우리 국민의 방북도 불허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미 실효됐다면 새삼 이에 대한 해제 선언을 지금 해서 얻는 실익은 무엇이겠나”라며 “북한 측 호응이 없더라도 우리가 선제적으로 할 건 해야겠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실제 5·24 조치가 해제된다 해도 남북 간 교역이나 교류는 이보다 상위 개념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로 대부분 금지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제정세, 관련국들과의 관계와 입장, 무엇보다도 우리의 전략과 함께 고려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윤지원.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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