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소·탄소로 이뤄진 탄수화물은 단백질·지방과 함께 우리 몸의 3대 영양소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쌀·보리·밀·옥수수 등 여러 곡물을 재료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곡으로 인식되는 쌀 외에 보리·밀·옥수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또 이처럼 양식으로 쓰는 곡식(양곡)에 포함된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국립농업박물관의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 관람 및 식품영양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탄수화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알아봤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는 보리·밀·옥수수 등 친숙한 곡물을 통해 광복 이후 식문화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세대별로 곡물에 얽힌 기억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예요. 보리·밀·옥수수와 관련된 기록, 광복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겪으며 달라진 세 곡물의 의미와 가치, 오늘날 탄수화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현대 식문화의 흐름 등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시온·원지민·최수혁 학생기자는 국립농업박물관 학예전시실 전시기획팀 윤지은 학예연구사(이하 학예사)와 함께 '탄수화물 연대기'를 둘러봤죠.
먼저 수혁 학생기자가 "탄수화물에 대한 전시가 기획된 이유"를 궁금해했죠. 윤 학예사가 "여러분은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나요"라고 질문했습니다. 지민 학생기자는 쌀국수, 수혁 학생기자는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답했죠. "우리가 매일 무엇을 먹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여러분처럼 많은 사람들이 쌀이나 밀·옥수수·콩·귀리(오트밀) 등 다양한 곡물이 포함된 음식을 먹을 거예요. 이들 곡물에는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탄수화물이 담긴 익숙한 곡물들을 통해 우리 식문화의 변화를 소개하고 싶은 목적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어요."
윤 학예사의 말처럼 보리·밀·옥수수는 쌀과 함께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주요 공급원이죠. 인류가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섭취하기 시작한 역사는 농경의 시작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길지만, '탄수화물 연대기'에서는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식문화를 중심으로 보리·밀·옥수수에 대해 알아볼 거예요.
이에 앞서 소중 학생기자단은 조선시대 세종의 명에 따라 1429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 지침서인 『농사직설』을 들여다봤죠. 우리나라 각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농사법을 정리한 책인데요. 보리·밀·벼 등 주요 곡물의 파종 시기와 밭갈이, 저장 방법 등이 담겨 조선 초기에도 보리와 밀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소비됐음을 알 수 있어요. "『농사직설』에는 '보리와 밀은 신곡(新穀)과 구곡(舊穀) 사이를 잇대어 먹는 것이어서, 농가에서 가장 긴요하게 여기는 곡식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해요. 작년에 수확한 곡식인 구곡이 다 떨어져 가고, 신곡은 아직 수확하기 전이라 쌀이 없을 때 보리와 밀을 먹는다는 의미죠."
반면 아메리카 대륙이 고향인 옥수수는 임진왜란 전후 우리나라에 들어온 식재료입니다. 1690년 조선의 통역 기관인 사역원에서 편찬한 중국어 학습서 『역어유해』를 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눈에 '옥슈슈'라는 단어가 들어왔죠. 이는 오늘날 옥수수라는 이름의 가장 이른 기록으로 전해져요.
이렇게 조선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이었던 보리·밀·옥수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도시화 및 산업화 등 사회 변화가 급격했던 근현대에는 어떤 형태로 소비됐을까요.
보리·밀·옥수수 옥수수 통해 보는 한국 식문화 100년
먼저 보리의 위상 및 소비 형태 변화를 살펴봅시다.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은 '보릿고개'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쌀이 부족해지는 늦봄부터 보리를 수확하기 전인 초여름까지의 기간을 의미하는데요. 이 단어는 밥을 배불리 먹기 힘들었던 어려운 시절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리가 한때 쌀과 함께 우리나라의 주곡의 지위를 지닌 곡물이었음을 보여줘요."
정부는 1970년대 후반 통일벼가 보급되고 쌀 자급이 이뤄지기 전까지 식량난 해소와 자급률 향상을 위해 보리 품종 개발과 재배 기술 보급을 추진했죠. 전시실에는 1963년 정부에서 발간한 보리 신품종 홍보물이 있었어요. 다수확 품종으로 개발된 보리 신품종 '부흥'을 소개하는 내용이죠. 또 보리의 소비와 활용도 장려했어요. 1974년 식생활 개선과 식량 자급을 목표로 발간된 책자를 살펴보니 보릿가루를 이용해 국수·만두·빵·과자·떡 등을 만드는 조리법이 수록돼 있었죠. 하지만 쌀 자급이 이뤄진 뒤, 보리는 쌀·밀에 비해 가공이 어렵고 식감이 거칠다는 단점 때문에 소비가 감소했어요.
이어서 현대 한국인의 제2의 주곡인 밀에 대해 알아봅시다. 한반도에서 밀은 삼국시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돼요. 다만 생산량이 적어 밀가루값이 비싸 특별한 때가 아니면 먹기 어렵다는 내용의 고려시대 기록이 있을 정도로 밀은 우리 식탁에서 일상적인 식재료와는 거리가 멀었죠.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미국이 식량 원조의 일환으로 밀과 밀가루를 대량 공급하면서, 밀은 한국인의 식생활에 주요 식재료로 급부상했어요. 원조받은 밀은 국내 제분공장에서 가루로 가공돼 배급됐으며, 쌀과 보리가 부족했던 시기에는 밀가루로 수제비와 칼국수 등을 만들어 먹었죠. 전시된 1950~60년대 밀가루 포대들의 표면에 적힌 "미국 국민이 기증한 밀을 한국에서 제분함(Milled in Korea from wheat donated by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문구를 통해 미국에서 원조받은 걸 알 수 있었죠.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제분업도 성장했습니다. 국내 제분회사들의 밀가루 봉투에는 곰·독수리 등 동물이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요. "문맹률이 높던 시절에는 글자를 모르더라도 밀가루 종류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기억하기 쉬운 동물이나 식물 이름으로 상표명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예를 들어 '무궁화표'는 우리나라에서 상표권 등록이 가장 오래된 밀가루 상품명 중 하나예요. 이어 곰표·독수리·공작 등 다양한 밀가루 상품명이 등장했죠."
한국전쟁이 끝난 뒤 정부는 국가 재건과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곡물 생산량 증가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물론,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는 운동도 함께 주도했어요. 혼식은 보리와 쌀을 섞어 먹는 것을, 분식은 밀가루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해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던 쌀은 덜 먹게 하고, 밀·보리 등 다른 곡물은 더 먹게 하는 게 혼분식 장려운동의 핵심이었죠. 보건사회부가 1970년대 제작한 혼분식 장려 포스터를 보면 당시 시대상을 한눈에 알 수 있어요. 혼식을 하는 사람이 쌀만 먹는 사람에 비해 훨씬 건장한 체격으로 그려져 혼분식 실천의 필요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했죠. 당시 정부가 추진한 쌀 절약과 잡곡 소비 장려 운동의 사회적 분위를 반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밀가루의 대량 공급과 혼분식 장려 운동으로 밀가루 음식이 생활화되면서 조리가 간편한 국수의 소비도 늘어났어요. 시온·지민·수혁 학생기자는 식당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수틀을 살폈습니다. 또 일제강점기에 전해졌으며 절미 운동의 일환으로 가정에서도 섭취가 권장되던 건빵, 1963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삼양라면' 등 밀가루로 만든 여러 음식이 전시됐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밀은 우리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곡물로 자리 잡았어요.
이제 옥수수에 대해 살펴볼까요. 앞서 우리나라에 옥수수가 들어온 시기는 16세기 임진왜란 전후로 추정된다고 했죠. 옥수수는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며, 곡식의 낟알을 찧어 껍질을 벗기는 도정 등 별다른 가공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농사 환경이 척박한 강원도 등 산간 지역에서 식량 대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했죠.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 밀과 함께 미국의 원조 곡물로 대량 공급된 옥수수는 밥을 지을 때 섞거나 죽으로 끓여 먹었으며, 가루로 빻아 빵을 만들어 먹는 등 구황식품의 역할을 했어요. 전시실에는 1960년대 농사원교도국에서 배포한 옥수수 시루떡 리플릿이 있었죠. "옥수수떡은 맛이나 영양가에 있어서도 쌀떡보다 떨어지지 않는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옥수수로 시루떡을 만드는 과정을 그림으로 상세히 소개하고 있죠. 옥수수를 보다 널리 활용하기 위해 제작된 겁니다.
'천수답 전전환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1970년대에 배포된 안내문도 살폈죠. 천수답(天水畓)은 저수지나 별다른 관개시설 없이 빗물로만 농사를 짓는 논을 말해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꾸준히 높은 수확량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천수답을 밭으로 전환하고, 옥수수 등 밭작물을 심어 안정적 생산을 도모하자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했죠. 1970년대 후반 식량 자급을 달성한 이후에는 맛을 중시하는 식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과거에 비해 차지고 단맛이 강한 옥수수 품종의 인기가 커지고, 주식보다는 간식과 가공식품의 재료가 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1960~70년대 옥수수의 알을 쉽게 떨어내기 위해 사용하던 탈립기를 살펴봤습니다. 탈립기 내부에는 작은 돌기가 있어서, 마른 옥수수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알이 분리되는 방식이죠. 이렇게 모은 마른 옥수수알은 가루로 내어 죽이나 빵의 재료로 사용했어요. 탈립기를 살피던 시온 학생기자가 "옥수수는 미래 식량으로 불린다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봤어요. "현대의 옥수수는 인간의 식량 외에도 동물의 사료나 의약품의 재료, 천연 에너지 연료(바이오 연료)로도 쓰입니다. 또 옥수수는 물이 적고 기온이 높은 기후에서도 잘 자라요. 재배하기 쉽고 쓰임이 매우 다양하기에 미래의 식량으로도 불리는 거죠."
식량 자급을 이룬 1970년대 후반 이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식량 증산에서 주곡의 자급 유지로 전환됐어요. 이에 따라 곡물 생산 방향도 수확량 증가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품질 개선으로 바뀌었죠. 양보다 질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음식을 추구하는 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우리의 밥상은 단순한 식생활의 공간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 요소가 됐어요.
지민 학생기자가 "근대와 현대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탄수화물 섭취 경향은 어떻게 달라졌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탄수화물은 기분 좋은 단맛과 함께 포만감을 주는 영양소입니다. 동시에 생존을 위한 에너지원으로도 쓰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곡물 농사에 집중해 탄수화물을 확보했고, 탄수화물이 식사의 중심에 있었다고 볼 수 있어요. 현대에 접어들며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수확량이 많은 벼 신품종이 만들어지면서 쌀 생산량도 늘어나 모두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점차 개인별 취향을 반영하여 식문화가 다양화됐어요. 따라서 탄수화물 외에도 여러 영양소를 섭취하게 되면서 점차 식사에서 탄수화물의 비중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요." 실제로 통계청의 2024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은 1964년 185.5kg과 비교했을 때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4년에는 64.4kg으로 1/3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말하는 '영양소' 탄수화물
'탄수화물 연대기' 전시를 통해 곡물을 통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탄수화물 섭취 역사를 살펴봤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영양소로서 탄수화물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해 한국영양학회(KNS) 소속 두미애 국립군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어요.
Q : 시온: 탄수화물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탄수화물은 탄소·수소·산소로 이루어진 영양소로, 단백질·지방과 함께 우리 몸의 3대 영양소를 이루며 1g당 약 4kcal의 에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인류가 가장 오래, 가장 많이 섭취해 온 기본적인 에너지원입니다. 쌀과 보리, 밀과 옥수수, 감자와 고구마처럼 우리가 매일같이 밥상에서 보는 식재료의 상당수가 사실은 ‘탄수화물 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쌀밥·빵·면에 들어 있는 전분, 과일·우유·설탕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당·유당과 같은 단순당, 채소·통곡물에 풍부한 식이섬유까지 모두 탄수화물에 속하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장 건강 유지, 혈당·콜레스테롤 조절 등 여러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Q : 지민: 인간의 몸에는 왜 탄수화물이 꼭 필요한가요.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의 가장 큰 역할은 ‘연료 공급’입니다. 특히 뇌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포도당(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된 형태)에서 얻어요.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두통이 생기고 피곤함을 쉽게 느끼거나, 집중력이 잘 유지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우리나라 영양 섭취기준에서는 두뇌가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약 100g 이상의 탄수화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해요. 이는 밥·빵·과일 등에서 섭취하는 탄수화물을 모두 합친 양을 의미하며, 이를 밥의 양으로 환산하면 대략 300g(밥 한 공기 반 안팎)에 해당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또한 걷고, 뛰고, 운동할 때 근육도 탄수화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요. 성장과 활동이 모두 왕성한 청소년기에는 적절한 양의 탄수화물이 체력과 학습, 성장에 필수적입니다. 탄수화물이 어느 정도 들어와 줘야 단백질은 근육과 장기 발달, 지방은 세포막과 호르몬 생성 등 본래 역할에 집중할 수 있어요. 여기에 통곡물·채소·과일 속 식이섬유는 배변을 돕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하는 데 기여해 장 건강과 만성질환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죠.
Q : 수혁: 옥수수·고구마·쌀·밀·보리의 탄수화물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요.
옥수수·고구마·쌀·밀·보리 같은 식품들은 모두 전분을 많이 함유한 탄수화물 식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각 문화권에서 주식 혹은 중요한 부식·간식으로 자리 잡으며 인류의 생존과 문명 발달의 역사와 함께해 왔죠. 동시에 각각 나름의 개성도 갖고 있어요. 쌀의 경우, 도정해 껍질과 겨층을 대부분 제거한 백미는 소화·흡수가 빠른 대신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이 줄어든 형태입니다. 반대로 겨층과 배아를 남긴 현미는 식이섬유와 미량 영양소가 더 풍부해 혈당이 조금 더 완만하게 오르는 편이죠.
보리는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밀은 빵과 면류의 주재료로, 반죽의 탄력을 만들어 주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을 포함하며 통밀로 먹을 때는 섬유소가 풍부하지만, 흰 밀가루로 정제되면 섬유소와 영양소가 크게 줄어들 수 있어요. 옥수수는 전분이 풍부하면서도 노란 품종에 루테인·제아잔틴 같은 색소 성분을 포함해 눈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고구마는 엄밀히 말해 곡물이 아닌 뿌리채소지만 대표적인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전분과 자연적인 단맛, 식이섬유, 베타카로틴(주황색 고구마)을 함께 제공하죠. 이처럼 모두 탄수화물 식품이라는 공통점은 가지지만, 섬유소와 미량 영양소 구성, 소화 속도와 혈당 반응에서 차이가 있어요.
Q : 시온: 같은 탄수화물 음식인데도 보리·고구마·현미는 ‘건강식’ 이미지인데, 백미는 ‘건강에 나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같은 탄수화물 식품인데도 보리·고구마·현미 등은 ‘건강식’으로, 백미는 ‘몸에 나쁜 음식’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주로 ‘통곡물’과 ‘정제 곡물’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보리와 현미는 껍질과 배아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는 통곡물로 섭취되는 경우가 많죠. 이 부분에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미네랄, 각종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막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며, 콜레스테롤과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백미는 도정 과정에서 쌀겨와 배아를 대부분 제거한 정제 곡물이기 때문에 식이섬유와 미량 영양소가 크게 줄어들고, 소화·흡수가 빠르므로 혈당이 빠르게 오르고, 먹고 난 뒤 다시 금방 배가 고파져 과식이나 잦은 간식으로 이어지기 쉬워요. 이런 점들이 겹치며 ‘백미=살찌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백미 자체를 ‘나쁜 음식’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이므로 주의가 필요해요. 식생활에서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백미 그 자체라기보다 밥양이 과도하거나, 설탕이 많은 음료·간식과 튀긴 음식을 자주 먹는 식사 패턴인 경우가 많아요. 밥에 현미·보리 등 통곡물을 일정 부분 섞고, 채소·콩류·생선·계란 같은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곁들이며, 단 음료와 과자를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백미 역시 건강한 식단 안에서 조화롭게 포함될 수 있어요.
Q : 지민: 청소년이 탄수화물을 먹을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청소년에게 탄수화물은 부담 없이 먹다 보니 과잉 섭취되기 쉽고, 동시에 유행 다이어트를 따라 하면서 지나치게 제한하기도 쉬운 영양소예요. 성장기에는 에너지 요구량이 많아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단은 키 성장과 체력, 학습 능력, 운동 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한편, 탄산음료와 가당 커피·밀크티, 각종 디저트처럼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열량과 당분에 비해 포만감과 영양 가치는 낮아 체중 증가와 충치, 대사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어요.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탄수화물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질 좋은 탄수화물’을 골라 적정량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식사 패턴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흰 빵·과자·즉석면에만 의존하기보다 현미·잡곡밥, 통밀빵, 고구마·감자, 다양한 채소와 통과일(주스보다 과일 그대로)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밥이나 빵을 먹을 때에는 달걀, 콩·두부, 생선, 견과류, 채소 반찬과 함께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죠.
아침을 자주 거르고 낮에는 거의 먹지 않다가 밤늦게 폭식하는 패턴은 체중과 혈당 조절에 모두 좋지 않아요. 규칙적인 세 끼와 적절한 간식을 유지하되, 늦은 밤의 야식과 단 음료·디저트는 줄이는 방향으로 식사 리듬을 다듬어 가는 것이 청소년기 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탄수화물을 두려워하기보다, 나의 몸과 생활 패턴에 맞는 종류와 양을 똑똑하게 선택하는 태도가 앞으로의 건강을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탄수화물의 정의와 역할, '탄수화물 저장고'인 보리·밀·옥수수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생활을 살펴봤어요. 우리네 밥상과 식문화의 변천사는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과도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배웠죠. 우리를 배부르게 하는 먹거리에는 이렇게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있답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어머니의 기억 속 보리·밀·옥수수는 어떤 모습일까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탄수화물을 매개로 여러 기억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국립농업박물관 '탄수화물 연대기' 전시를 보면서 옛날 사람들이 어떤 것들을 어떻게 요리해서 먹고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는 옛날에 쌀이 부족했던 시절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해 먹었던 곡물들인 보리·밀·옥수수가 주제입니다. 각각 곡물을 상징하는 색과 캐릭터까지 있었고, 곡물들을 담았던 포대나 음식을 만들 때 썼던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옛날에 정부에서 국민에게 보리와 밀을 먹으라고 장려하던 전단지도 봤죠.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곡물의 역사를 흐름대로 살펴볼 수 있었던 취재였습니다. 쌀이 부족할 때는 다른 곡물로 대체하면서까지 배를 채워야 했지만 먹거리가 풍족해지자 현대처럼 오히려 탄수화물을 피하기도하는 그런 시대의 흐름도 봤죠. 곡물들의 자세한 역사를 알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기억할 수 있는 전시였어요.
이시온(경기도 홈스쿨링 6) 학생기자
이번 취재는 국립농업박물관의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였어요. 전시실 앞에 화면이 볼록 튀어나온 오래된 텔레비전 3대가 놓여 있었어요. 그 텔레비전이 입구에 있는 건 그 텔레비전이 있었던 시기부터 탄수화물의 연대기에 대해서 배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전시의 주제는 옥수수·밀 그리고 보리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쌀이 귀했던 시기에 정부는 옥수수·밀·보리를 쌀보다 많이 먹으라고 장려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옥수수·밀·보리를 쌀보다 더 많이 먹게 되고, 보리로 만든 짜장면 레시피가 나오게 될 정도였죠. 현재는 농업의 발달로 영양가 높은 다양한 곡물들을 먹을 수 있게 되었대요. 여러분도 꼭 한번 '탄수화물 연대기'를 관람해 보세요.
원지민(경기도 현민초 5) 학생기자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 '탄수화물 연대기' 취재를 통해 우리가 매일 먹는 탄수화물에 담긴 역사와 농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밥‧국수‧과자에도 탄수화물이 들어있는데, 탄수화물이 단지 힘을 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전시 중에 우리나라 옛날 과자 봉지, 미국이 원조해 줬다는 밀 포대가 신기했습니다. 또 옛날에는 쌀이 부족해서 쌀·보리 혼식을 하자, 밀가루로 분식을 하자는 포스터들과 흑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영상도 재미있었어요. 요즘은 농업기술이 좋아져서 쌀밥이든 밀가루면이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탄수화물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가 보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