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뉴리더]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말하는 ‘6·3 지방선거 한동훈 역할론’ 당원게시판 당무감사에 “韓 제거 의도…명백한 자해 행위” 한동훈 대 조국 성사될까? “선거 주도권 잡을 수 있는 상수”
국민의힘이 오는 6월에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경북(TK)만 수성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울·경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12·3 계엄 사과 거부, 당심 70%룰 등 민심과의 괴리가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친윤계조차 “이대로면 지방선거는 필패”라고 말한다.
당내 소장파이자 친한동훈계인 박정훈(54·서울 송파갑) 국민의힘 의원은 12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대로면 내년 초 현역 광역단체장을 중심으로 장동혁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과와 절연, 당 혁신 요구
Q : 12·3 계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참여한 대국민 사과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A :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그리고 당 혁신이다.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막을 투쟁 동력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Q : 당 일각에서는 ‘계엄 사과는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라며 반대한다.
A :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 했음에도 22대 총선에서 우리 당은 민주당에 참패했다. 국민들께서 윤석열 정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재판이 우리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절연해야 국민들께서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실 것이다.”
Q : 장동혁 대표는 앞서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A : “나는 상당히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모순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장동혁 지도부는 당원게시판 문제를 당무감사해 한동훈 전 대표를 제거하려고 한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떨어내는 것을 과연 결속이라고 할 수 있나. 오히려 결속을 명분으로 당권만 지키려는 것 아닌가. 나는 장동혁 지도부가 우리 당을 국민과 괴리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혁신당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소수 정당이면 지지층만 바라보고 정치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수권 정당이다. 당권을 지키기 위해 일부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은 당과 국가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11월 28일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의혹이 있는 당원게시판 논란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5일 한 전 대표 가족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글을 올렸다는 의혹이다.
Q : 한 전 대표는 당원게시판 당무감사에 대해 ‘당을 퇴행시키는 시도가 참 안타깝다’고 평했다.
A : “당원게시판 사건은 ‘문제없음’으로 이미 밝혀진 사안이다. 주진우 법률위원장이 검토한 결과 한동훈은 동명이인, 가족 명의로 추정되는 글들은 사설이나 칼럼을 올린 것뿐이라고 판명 났다. 장 대표 본인도 과거 수석최고위원 시절 ‘문제 될 부분이 없으며, (한동훈) 대표를 사퇴시키려는 정치공세’라고 직접 밝혔다. 그런데도 다시금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는 건 한 전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다.”
Q :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당원들 사이에서 논쟁적 인물이다.
A : “물론 한 전 대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이 가진 정치적 자산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선거를 앞둔 당 지도부라면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당원의 마음을 합치시키고 당의 자산에 힘을 실어주는 덧셈 정치를 펼쳐야지, 지금처럼 뺄셈 정치를 해서는 선거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1971년 충북 음성 출생인 박 의원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다. 충주고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TV조선으로 이직해 시사 대담 프로그램 〈박정훈의 정치다〉 진행을 맡아 대중의 눈도장을 받았다. 2024년 1월 국민의힘에 입당해 22대 총선에서 송파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친한동훈계로 그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당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활약했으며, 비상계엄해제요구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1명이다.
━
당심 70%룰 추진, 사감 들어갔다
Q : 한 전 대표가 내년 6월 동시에 열리는 지방선거·재보선에 출마할까?
A : “장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 전한길·한동훈 중 누구에게 공천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전한길’이라고 답했다. 이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공천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장동혁 지도부가 공천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빅매치가 성사된다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
Q : 조국 대표와의 맞대결 말인가.
A : “두 사람 모두 어디에 출마할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맞대결은 전체 선거를 붐업시키는 것은 물론 후보 개인에게도 좋은 수다. 한 전 대표 입장에서는 당원들의 호불호 문제를 조국 대표와의 대결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조 대표 입장에서는 성비위 문제로 혼란스러운 당을 결속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장동혁 지도부 입장에서도 한동훈 대 조국 ‘미니 대선’은 전체 선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끌고 오는 상수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이 내놓은 ‘당심 70%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선거인단 투표 비중을 50%에서 70%로 상향하는 안을 검토하자, 국회의원은 물론 현역 광역단체장들도 “지방선거 필패의 길”이라며 비판한다. 친윤계 윤상현 의원은 “지방선거는 당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당심 70%룰을 직격했다.
Q : 지도부를 향한 성토가 거세지고 있다.
A : “만약 경선룰이 당심 70%로 확정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 특히 지방선거에서 선수로 뛰는 우리 당 광역단체장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크게 분출될 수밖에 없다. 우리 당 책임당원이 약 70만 명이고, 일반 유권자가 3500만 명이다. 그런데도 당심 70%룰을 적용해 후보를 결정한다면, 일반 유권자들이 우리 당 공천 결과를 보고 납득하실까. 당심 70%룰은 그야말로 자해 행위다.”
Q : 특히 수도권 후보들의 걱정이 커 보인다.
A : “명분은 당원들의 입장을 더욱 존중하기 위한 룰 변경이라고 하지만, 나는 사감(私感)이 들어간 룰 변경이라고 본다. 툭 까놓고 말해서 나경원 지선기획단장이 (경선룰을 변경해) 본인이 서울시장 후보가 되고 싶은 것 아닌가.”
Q : 하지만 나경원 단장 본인은 ‘기존 50 대 50 룰을 적용받겠다‘고 했다.
A : “그건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일이지 나 단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은 정제된 언어로 우려 정도에 그치지만, 만약 내년에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고도 지금의 상태라면 그들이 과연 잠자코 있을까. 선거에서 지게 생겼는데, 어떻게 참고만 있겠나. 그때 되면 장동혁 지도부는 대대적인 불만에 버텨내기 힘들 것이다. 중도층 없이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꿈 같은 얘기다. 장 대표는 지금 판타지에 사로잡혀 있다.”
━
“TK 의원, 결속만 강조해”
Q : 의원총회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 같다.
A : “당의 미래를 위한 토론이 없어진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내봤자 당이 바뀌지 않아 다양한 의견이 나오질 않는다. 당 혁신을 말하면 누군가가 반박하고, 지도부가 본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패턴이 반복되니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Q : TK 의원 등 당권파가 당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A : “확실히 당 혁신에 대한 생각이 수도권 의원들과는 다른 것 같다. TK 의원들은 결속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변화·혁신이 결속을 방해하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이처럼 (TK 의원의 생각이) 국민 다수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우리 당 구성이 TK가 다수여서 그쪽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실정이다.”
Q : 선거까지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남은 기간 어떻게 변해야 할까?
A :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우리 당이 이재명 정부의 독주를 막아내야 한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초유의 사건이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이토록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는 데는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한 우리 책임도 있다. 나는 이번 지방선거가 대여 투쟁의 전초기지를 구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절대 패해서는 안 되는 선거다. 그러니 어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하고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해 승리의 길을 열어야 한다. 중도층이 떠나간 뒤에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