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똥에 물을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습니다. 압도적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여러분이 주장하는 노무현 정신입니까?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저지하기 위해 22일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첫 타자로 나섰다.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장 대표는 이날 ‘노무현 정신’을 꺼내들었다. 그는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니다. 실제 민주주의 과정에서는 다수결로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인식의 차이를 좁히고 설득과 타협의 과정을 거친다”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이 과연 하나라도 지키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장 대표는 또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는 대화도 타협도 없다”며 민주당의 일방적 법안 강행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의 국회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국회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감옥행을 막기 위한 방탄 입법이 모든 민생 법안을 제치고 맨 앞에 있다”며 “정적을 말살하기 위한 정치보복 법안, 반대하는 국민의 입을 막는 국민탄압 법안들이 그 어떤 민생 법안보다 앞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따지고 들었다. 그는 “비상계엄 특별재판부는 이름을 뭐라 부르든 반헌법적인 특별재판부”라며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특정 사건을 맡겨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치주의의 핵심은 사법부의 독립”이라며 “오늘 상정된 이 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깨고, 법치주의를 사망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이 법을 통과시키려는 이유는 작년 12월 3일 이후 시작된 내란 몰이가 실패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내란 몰이가 실패한다면 이 정권이 몰락할까 두려운 것”이라며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또 장 대표는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는다”며 “대놓고 앞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슬그머니 창문으로 기어들어간다 해도 위헌이 합헌이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법관의 인사에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나 명백한 사법부 독립의 침해다. 앞문으로 들어가든 옆문으로 들어가든 뒷문으로 들어가든, 법관 인사에 관여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장 대표의 필리버스터 첫 순서 투입은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며칠 전부터 검토됐다. “위헌적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대표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내부 의원들의 요청이 있었고, 직접 나서겠다는 대표의 생각도 확고했다”(당 핵심 관계자)는 설명이다. 한 원내지도부는 “대표가 직접 나설 만큼 절박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에 이어 중진 의원들도 필리버스터에 참여할 예정이다. 5선의 권영세·조배숙 의원을 비롯해 정점식·박형수·주진우·박준태 의원 등 법조인 출신이거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경험이 있는 의원들이 대여 공세를 이어간다. 중진 등 힘있는 ‘공격수’ 위주로 배치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위헌성을 강력하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규탄대회를 연속으로 열며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의 법을 고치는 일을 이처럼 호떡 뒤집듯이 다루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태에 국민들은 열불이 난다”고 비판했다. 의원총회에서는 “독극물에서 쪼매(조금) 덜어낸다고 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법·정보통신망법 상정·처리는 일시 보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 시작 전 열린 규탄대회에서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상식과 법치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명백한 반헌법적 입법 쿠데타 시도”라며 “무도한 권력이 아무리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도 진실은 드러나고, 아무리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 발버둥쳐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