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3 비상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더 이상 설득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게 정 전 실장의 설명이다.
정 전 실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상황을 진술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밤 9시 50분쯤 박종준 전 경호처장으로부터 비상계엄 소식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윤 전 대통령과 마주 앉아 “비상계엄을 발동하면 안 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라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게 정 전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나는 결심이 섰으니 실장님은 더 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더 이상 설득하지 마십시오”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 전 실장은 계엄을 둘러싼 당시 정부 내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을 제외하고 모든 장관이 계엄 조치를 만류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이상민 전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 역시 윤 전 대통령을 말렸다고 증언했다.
특히 정 전 실장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만나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장관에게 역사에 책임질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다”며,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이 “‘해야지요’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신 전 실장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쯤 상황을 회상하며 “정 전 실장이 말렸고, 저와 수석들도 말렸는데 대통령께서 거절하고 내려갔다”고 말했다.
신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심경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3월 안가 모임 때도 대통령께 (계엄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그게 대통령과 경호처장이 술 먹는 과정에서 좀 일시적으로 나온 얘기라고 양해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계엄이 일어나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조태용 전 외교부 장관 등을 불러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