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관세 부담에서 벗어났다. 지난 18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생물보안법’이 발효되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국의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보유한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2억8000만 달러(약 4136억원)로, 내년 1분기 중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GSK의 락빌 생산시설은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총 6만L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이다. 두 개의 제조동으로 임상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회사는 운영의 안정성을 위해 현지 인력 500여명 전원을 고용 승계하고, 향후 중장기 수요 등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며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해 현지 시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 송도에서 제품 전량을 생산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이원화한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특히 현지 생산으로 의약품 관세를 피하게 됐다. 지난 11월 체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따르면 제네릭(복제약)을 제외한 수출 의약품에 15%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유럽 소재 제약사와 총 1조22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 3건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공시했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공개이며 계약 기간은 2030년 말까지다.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속속 미국 생산시설 확보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약 4600억원에 현지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공장 인수·운영 비용 7000억원, 증설비 70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도 지난 2월 미국 내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BMS로부터 뉴욕 시큐러스 공장을 인수해 가동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정책에 생물보안법까지 통과되면서 위탁개발(CDO) 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이 수혜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