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최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시 경고사격에 앞서 상황 평가를 면밀히 하라”는 방침을 내렸다는 보도〈중앙일보 12월 19일자 1면〉와 관련해 “우리 군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도발에도 사격을 자제하라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 등이 예상되는 명백한 도발 상황에서도 경고사격을 자제하라는 건 아니라는 해명인데, 바꿔 말하면 이는 우발적 월선 등에는 사격 대응을 줄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북 도발해도 사격 자제하라는 국방부’ 제하 보도에 대해 22일 입장을 내고 “보도에 언급된 ‘도발’(표현)은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 ‘모든 유형의 도발’을 포괄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이는 ‘우리 군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도발에도 사격을 자제하라’고 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전선에서 또 다른 혼란을 낳을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북한군의 MDL 침범을 위험한 도발과 그게 아닌 특정한 상황으로 구분한 격이기 때문이다. MDL 기준선을 오인해 넘어온 경우 등은 위험한 도발이 아니라고 보는 셈인데, 이는 곧 전방 부대가 북한군의 월선 의도를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군이 많게는 10명 이상 무리지어 MDL을 넘어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침범 의도를 즉각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은 “적의 교전 의사가 있는지 여부를 현장 지휘관이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적이 이를 역이용해 기만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모든 MDL 침범이 도발은 아니라는 취지의 국방부 입장은 합동참모본부의 도발 분류와도 배치된다. 합참은 작전용어집(2010년 기준)에서 북한군의 MDL 침범 자체를 ‘국지 도발’의 한 종류로 분류했다. 합참은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의원실에 ‘국방부 및 합참에서 도발이라고 간주한 모든 행위 일체’를 제출하면서 모든 MDL 침범 사례를 ‘지상 도발’로 규정하기도 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방부의 ‘경고사격 자제’ 방침은 올해 11월 들어 북한군의 MDL 침범이 이틀에 한 번꼴로 크게 늘면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경고사격 자체가 늘수록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군의 MDL 침범에 아군의 대응 수위를 낮추는 것으로 긴장 완화를 모색한다는 점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군은 올해 9월 ‘MDL 기준선이 한국군의 군사 지도와 유엔군사령부(UNC)의 기준선이 불일치하는 경우 남쪽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라’는 취지로 지침서를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작전수행절차상 MDL을 넘으면 경고사격을 하게 되는데, 경고사격을 위한 선 자체가 남쪽으로 내려오면 경고사격 결정 시점도 늦춰지게 된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지침은 지난해 6월 변경해 전방에서 적용하던 것을 올해 작전 관련 지침서에 공식 반영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강대식 의원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북한군은 17차례 MDL을 침범했다. 이 가운데 경고사격을 한 건 13차례로, 경고방송만으로 올려보낸 네 차례가 모두 11월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