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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KT 쪼개기 닮은꼴…통일교 후원 불법 여부, '이것'에 달렸다

중앙일보

2025.12.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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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의심받는 정치권 쪼개기 후원의 불법 여부는 자금 출처와 지시 여부에 달려있다. 통일교는 2022년 3월 대선 전후로 국민의힘 시도당 핵심 관계자를 만나고 총 1억4400만원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후원은 통일교인 개인 명의로 이뤄졌지만, 자금 출처는 교단이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앞서 대표적인 쪼개기 후원 사건은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사건이다. KT는 2014~2017년 4억3790만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유죄가 확정됐다. 개인 명의로 후원금이 전달되긴 했지만 법인 자금이 사용됐다는 점과 회사 지시에 따라 개인 명의가 활용됐다는 점이 주된 유죄 판단 사유였다.

KT는 법인 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일부를 360회에 걸쳐 불법 후원금으로 활용했다. 임직원과 지인 명의를 동원해 한 번에 100만~300만원씩 후원금을 이체하는 방식이었다. 정치자금 후원 자체는 개인 명의로 이뤄졌지만 법인 자금인 게 명확하고, 회사 지시에 따라 명의만 사용됐다고 봤다.



단체 자금 조성→개인 명의 후원 구조

통일교의 쪼개기 후원도 이와 유사한 구조로 이뤄졌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지역 조직을 담당하는 1~5지구장에게 총 2억1000만원을 교부한 뒤 국민의힘 시도당 위원장에게 후원할 것을 지시했다. 통일교 각 지구 간부들은 시도당이나 대선캠프 사무실을 찾아 면담하고, 지구장과 간부 명의를 동원해 쪼개기 형태로 총 1억4400만원을 제공했다. 교단의 자금이, 개인 명의인 것처럼 지급됐다는 측면에서 KT 쪼개기 후원과 동일한 형태다.

KT 쪼개기 후원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후원 목적도 따졌다. 당시 재판부는 “기부 상대방이 된 국회의원 상당수가 KT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국회 소위원회 소속”이라고 지적했다. 통일교의 경우에도 후원과 함께 현안 청탁이 함께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교 내부 문건엔 면담 정치인의 이름과 함께 “후원금, 한일 해저터널 정책제안서, 한반도 평화서밋 책자를 전달했다”고 기재됐다. 후원금과 함께 통일교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민주당 후원도 교단 자금으로

더불어민주당에도 후원금이 전달됐다. 호남 지역을 담당하는 통일교 4지구는 4000만원을 윤 전 본부장에게 받은 뒤 일부를 민주당 후원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학자 총재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4지구 관계자는 “강기정 광주시장, 이용섭 전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관영 전북도지사에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교단 차원에서의 지시와는 부합하지 않더라도, 후원 자금의 출처가 재단이라는 점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여당에서도 통일교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쪼개기 후원 수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수사하지 않은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민주당 정치인에 대한 쪼개기 후원까지 수사 대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정 단체의 청탁과 관련한 쪼개기 후원임을 알고도 받았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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