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의 한복판에 선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에게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 과정에서 연일 장동혁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이 위원장 개인과 장 대표와의 관계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9일 친한계 반발에도 한 전 대표의 가족과 같은 이름의 당원들이 휴대폰 번호 뒷 네자리가 동일하고, 지난해 12월 14일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사흘 사이 탈당한 사실까지 실명과 함께 공개했다. 지난 16일에는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며 당원권 정지 2년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장 대표의 ‘칼’”(친한계 초선의원)이라는 평이 나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 위원장이 장 대표를 등에 업고 친한계 도려내기에 앞장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위원장과 장 대표의 첫 공통분모는 ‘반탄’(탄핵 반대)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부터 보수 기독교 중심 단체인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가하면서 “지난해 12월 3일부터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혁명이 시작됐다”는 등의 발언으로 계엄을 옹호했다.
이 위원장은 2020년에는 ‘사회정의를바라는전국교수모임’ 소속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부실 관리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 5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엔 “조기 대선의 사전투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을 헌법재판소에 신청했다. 장 대표는 계엄 해제에는 동의했지만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에는 줄곧 반대해 왔다.
종교도 또 다른 연결고리로 거론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 위원장은 2019년 한 토론회에서는 “교회가 정치적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부터 개인 블로그에 구약성경 ‘출애굽기’를 읽은 소감을 올리곤 한다. 장 대표 또한 지난달 경남 창원 장외집회 당시 지역 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렸을 만큼 독실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성 기독교 보수 성향인 이 위원장이 장 대표에게 정치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는 풍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 대표 측과 이 위원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장 대표 측 관계자는 “장 대표뿐만 아니라 비서실장(박준태 의원)도 사적으로 몰랐던 덕분에 이호선 교수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도 22일 중앙일보에 “장 대표는 (당무감사위원장) 임명장을 받을 때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전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당원이었던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10년대 중반 전국 법과대학교수 회장직을 맡으며 보수 진영 아젠다였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다. 지난달 ‘대장동 범죄수익환수’ 특별법 제정과 2021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토론회에도 참석하는 등 국민의힘 주최 행사의 ‘고정 패널’이었지만 당적을 보유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립을 요하는 당무감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은 당외 인사가 맡도록 돼 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 위원장과 장 대표 사이의 개인적 접점은 없었던 걸로 안다”며 “당무감사위는 독립기구인 만큼,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가 이 위원장이 오히려 공개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 접촉 자체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무감사위는 조만간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소모적 논란을 조기에 종식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21기 출신인 이 위원장은 1992년부터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일하다가 2005년 모교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로 임용됐다. 2023년에는 국민의힘 몫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