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이제는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9)이 아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송성문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송성문은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송성문의 최초 계약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19일 밤. 미국 복수 언론이 송성문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행을 일제히 보도하며 3년 1300만 달러(약 192억 원) 규모의 계약을 예상했다.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프랜시스 로메로는 “송성문의 재능은 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과 김혜성(LA 다저스)의 중간 정도다. 김하성에 더 가깝지만, 파워와 수비는 다소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AP통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송성문은 샌디에이고와 최종 4년 1500만 달러(약 222억 원)에 합의했다. 계약금은 100만 달러이며, 2026년 250만 달러, 2027년 300만 달러, 2028년 350만 달러를 수령한다. 이후 2029년 400만 달러의 선수 옵션과 2030년 바이아웃 100만 달러가 포함된 700만 달러 상호 옵션이 걸려 있다.
다시 말해 송성문은 3년 보장 계약에 4년째 계약 여부를 본인이 선택할 수 있고, 5년째 계약은 선수와 구단이 합의해야 옵션이 발효된다. 송성문의 계약 기간을 3+1+1년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인센티브도 있다. 신인상을 수상하면 다음 시즌 연봉 100만 달러가 인상되며, MVP 투표에서 5위 안에 들 경우 남은 계약 기간 동안 매년 연봉이 100만 달러씩 인상된다. 샌디에이고는 송성문의 통역 및 한국 왕복 항공권 비용을 부담한다.
장충고 출신의 11년차 내야수 송성문은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 181안타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 .917로 맹활약했다. 안타, 득점 2위, 2루타 3위(37개), 장타율(.530), OPS 6위, 타율 7위, 타점 8위에 올라 생애 처음이자 KBO리그 역대 58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3루수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송성문은 2025시즌 종료 후 키움 구단의 허락을 받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 7시가 포스팅 마감시한이었는데 데드라인이 임박한 상황에서 제법 괜찮은 조건으로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다음은 인천공항에서 만난 송성문과의 일문일답이다.
-언제부터 구체적인 계약 이야기가 나왔나
계속 관심을 보여줬던 건 사실인데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국내에서 인터뷰했을 때도 나온 게 없었다. 다만 샌디에이고에서 관심은 보여주셔서 좋은 감정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계약서 사인 순간 느낌은
미국 갈 때부터 설��는데 한편으로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생각에 걱정이 된다. 샌디에이고에서 단장님, 부단장님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너무 축하를 해주셨다.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걱정과 설레는 마음이 동시에 커졌다.
-계약 과정에서 가장 가슴이 뛰었던 순간은
메디컬테스트를 기다릴 때 그랬다. 부상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큰 걱정은 안 했는데 혹시라도 뭐가 나올까봐 걱정했다. 열심히 미국까지 갔는데 빈손으로 돌아올까봐 그랬다.
-계약 조건 만족도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미국에 가는 걸 상상하지 못한 분들이 많았을 거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매우 만족스러운 계약이다. 샌디에이고라는 명문 구단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야구인생에서 굉장히 영광스럽다. 점수로 매기면 100점이다.
-샌디에이고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계약 조건을 보면 날 굉장히 많이 배려해주셨다. 지속적으로 관심도 가져주셨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불어넣어주셨다. 미국, 한국 에이전트와 상의해서 샌디에이고행 결론을 내렸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미국 진출에 성공했지만, 샌디에이고 내야 경쟁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은 최고의 무대라서 사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경쟁을 하는 건 당연하다. 내가 어디에 가든 경쟁을 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하면 배우는 것도 많다. (김)하성이 형이 미국에 가서 경쟁에서 살아남고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했듯 나도 준비를 잘하겠다.
-김하성, 이정후가 SNS로 축하 인사를 남겼는데
통화했는데 너무 축하한다고 해줬다. (김)하성이 형이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팀에 입단해서 좋은 영향을 받을 거 같다. 하성이 형이 샌디에이고가 너무 좋은 도시이고, 좋은 동료들, 프런트 직원들 덕분에 즐겁게 생활했다고 하더라. 가면 적응하기 좋을 거라고 말해줬다. 단장님도 하성이 형을 너무 좋게 이야기했다. 나도 앞으로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동료가 있다면
모두가 완벽해서 한 명을 꼽기는 그렇지만, 매니 마차도 선수와 같이 뛰는 게 기대된다. 워낙 팀에서 슈퍼스타가 아닌가. 내가 학창시절부터 계속 봐왔던 선수이기도 하다.
-같은 지구에 김혜성, 이정후가 있는 것도 적응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미국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보면 분명 외로운 시기가 있을 거다. 그런데 같은 지구에 가장 친한 정후, 혜성이가 있는 거 자체만으로 마음의 위로가 될 거 같다. 외로울 때 자주 만날 수 있지 않나.
-계약 조건에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넣었나
그건 없다. 세부 사항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구단과 WBC 출전과 관련한 논의도 했나
이제 공식 발표가 났기 때문에 앞으로 상의를 해야할 부분이다. 지금 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구단에서 허락을 해주신다면 고민을 해볼 것이다.
-내년 1월 사이판 대표팀 전지훈련 참가 여부는
구단 허락을 받아서 WBC 참가가 되면 가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는 게 이상한 그림이 될 거 같다. 1월 캠프 출국 전까지 무조건 결정이 난다고 보시면 된다.
-가장 맞대결 해보고 싶은 투수는
요즘 잘 던지는 폴 스킨스가 궁금하다. 사실 모두가 대단한 선수들이 아닌가. 그들과 상대를 한다는 건 내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가서 경기를 뛴다는 거다. 아주 좋은 일이다.
-현지 언론은 샌디에이고 2루수 경쟁을 점쳤는데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끔 국내에서부터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등번호는
남는 걸 달아야 한다. 24번은 이미 주인이 있다. 물론 상황이 되면 24번을 양보할 의향이 있겠냐고 묻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는 걸 택하는 게 맞다. 사실 등번호에 대해 열려 있는 편이라 굳이 고집은 안 할 거다. 남는 번호 중에 앞자리로 해서 끌리는 번호를 고르겠다.
-계약 후 아내의 반응은
아내가 항상 불안해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축하를 해줬다. 하지만 이제 야구인생에서 더 중요한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전쟁 같은 일상이 시자될 텐데 아내가 걱정 안 하도록 잘해야 한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을 떠나는 현실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을 거 같다
키움과 6년 계약을 했는데 날 키워준 구단에서 꿈과 도전을 지지해줘 너무 감사하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하면 미국에 가서 더 잘해야 한다. 또 키움 선수들이 축하를 정말 많이 해줬다. 내가 없어도 남은 선수들이 내년 희망적인 시즌을 보내줄 거라고 믿는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내년 키움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응원을 할 거다. 또 남아 있는 선후배들도 날 많이 응원해줄 거다.
-키움의 6번째 코리안 메이저리거로서 7번째 빅리거를 예상한다면
(안)우진이가 꼭 미국에 갈 수 있을 거 같다. 키움에 있는 후배들이 날 보면서 많이 놀랐을 거 같다. 솔직히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리그도 버거운 선수였는데 노력하고 인내하다보니 이러헥 좋은 날이 왔다. 이 과정을 옆에서 본 키움 후배들이 동기부여가 될 거 같다. 지금처럼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꼭 좋은 날이 올 거다.
-메이저리그 빠른 공 공략 자신 있나
자신이 없었으면 포스팅 신청도 안 했다. 자신감은 갖되,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강속구 공략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적응을 빨리 하는 게 중요하다.
-영어 공부 계획은
영어의 기본을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열심히 노력하겠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빅리그 첫 시즌 목표
당연히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게 1차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많은 타석을 밟으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신인왕 욕심은 없나
한국에서도 시즌 끝난 뒤 목표보다 하루하루 철저히 준비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끝났을 때의 성과보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서 내년 시즌을 어떻게 하면 잘 치를 수 있을지 연구하고 노력하겠다.
-키움 팬들에게 끝인사
히어로즈에서 뛰는 동안 너무 큰 성원을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뛰게 됐지만,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히어로즈 팬들의 응원을 가슴에 품고 미국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