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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절반 "배려받은 적 없다"…82%가 꼽은 최악 경험은

중앙일보

2025.12.22 18:06 2025.12.2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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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임산부의 날 기념행사'에서 임산부가 배를 만지고 있다. 뉴스1
임산부의 절반 가까이는 임신을 이유로 배려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겪은 부정적 경험 1위로는 길거리 흡연 등이 꼽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3일 이러한 내용의 '2025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수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0~11월 임산부와 일반 국민을 각 1000명씩 온라인 조사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2.6%는 ‘임산부를 배려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산부가 배려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6.1%에 그쳤다. 두 집단 간의 인식 차가 26.5%포인트로 큰 셈이다.

협회는 가정·직장·일상생활로 나눠 긍정적·부정적 배려 경험을 물어봤다. 임산부들은 일상 속 부정적 경험으론 '길거리 흡연'(82.2%)을 압도적으로 많이 꼽았다. 임산부 본인뿐 아니라 태아 건강에 대한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에서의 부정적 경험 1위는 ‘상사·동료의 눈치 주기’(41%), 가정에선 ‘임신으로 인한 신체·정서적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30.4%)이 가장 많았다.
임산부 배려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인포그래픽. 자료 인구보건복지협회
반면 임산부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배려받은 부분은 청소·빨래 같은 ‘가사 분담’이었다.

직장에서 가장 배려받은 점은 ‘출퇴근 시간 조정’이었다. 임산부가 일터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 역시 출퇴근 시간 조정이었다. 이는 임신한 근로자의 유연 근무제가 직장 생활 지속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임산부가 지하철 등에 있는 배려석을 이용해본 비율은 79.5%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92.3%)보다 감소했다. 이용할 때 불편함을 느꼈다는 임산부도 10명 중 6명(60.9%)에 달했다.

이는 배려석에 앉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공감·실천이 충분하지 않은 거로 풀이된다. 실제로 배려석 이용 시 불편한 주된 이유로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꼽혔다. 다만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데 대해선 임산부(69.3%), 일반 국민(68.6%) 모두 비슷한 비율로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 안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 등이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는 모습. 뉴스1
일반 국민이 평가한 사회 전반의 임산부 배려 실천 수준 점수는 69.1점으로 나왔다. 전년 대비 6.2점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임산부가 매긴 점수는 64.9점으로 되레 2점 하락했다.

이삼식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이번 조사는 임산부 배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임산부의 체감 수준과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면서 "특히 대중교통 배려석 이용, 길거리 흡연 같은 일상적 불편은 제도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시민 인식 변화와 실천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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