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일로(지하 격납고)에 ICBM 100기 이상을 실제 장전해 배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미 국방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미 국방부가 사일로 안에 들어있는 중국의 ICBM 규모를 숫자로 구체화해 평가한 건 처음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이 중국 핵 증강의 다음 단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근 해당 보고서에서 “중국이 몽골 국경 인근 사일로 지대에 고체연료 둥펑(DF)-31 ICBM 100기 이상을 배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명시했다. 이어 “앞서 이 사일로 지대의 존재 자체는 보고된 적 있지만 장전된 미사일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서는 ‘2025년 미 국방부 중국 군사력 보고서’로 아직 의회에 제출되기 전 초안 단계라고 한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핵탄두를 2024년 기준 600여 기로 평가하면서 생산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기존 전망대로 2030년에는 1000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실제 미 당국이 매년 공개한 중국 핵탄두 평가는 최근 몇 년 새 양적인 성장에 주목했다. 2020년 9월 중국 핵탄두를 200여 기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 두 배로 늘 수 있다고 관측한 적이 있다.
2021년 11월 평가에선 2027년 700기, 2030년 1000기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후 2023년 10월 보고서는 중국이 작전 가능 핵탄두를 500기 이상 보유했다고 추정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보고서가 편견과 왜곡을 담았다고 반발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한 로이터통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중국 핵탄두 총량뿐 아니라 핵탄두가 어디에 얼마나 배치돼 있는 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만 침공 가능성을 다룬 대목도 눈에 띈다. 매체는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대만 공격에 대한 선택지로 중국 본토로부터 1500~2000해리 지점 타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충분한 물량으로 이 같은 타격이 이뤄질 경우 아시아와 태평양 분쟁 상황에서 미국의 존재에 심각한 도전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시점을 2027년 말로 명시하면서다.
문제는 장거리 타격이 재래식 전력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중국의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전략은 유사시 미국의 대만 지원을 막기 위한 재래식 정밀타격을 뜻했지만 미 당국은 중국이 여기에 핵·재래식 겸용 체계를 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보고서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DF-26을 다목적 체계로 설명하면서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래식 전쟁이더라도 겸용 체계가 등장하면 핵공격 신호를 오판할수 있어 확전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밖에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러시아와 3자 군비통제 논의를 촉구해왔지만 중국은 그런 협상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보고서 내용도 소개했다. 그리고는 보고서가 미·러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만료를 두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고 언급했다. 협정이 작동하지 않거나 공백이 커질수록 중국의 핵 증강 움직임과 맞물려 전 세계 핵무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