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조 아이웨어 브랜드들이 본격적인 ‘짝퉁' 소송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블랙핑크 제니의 선글라스로 잘 알려진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가 국내 신생 브랜드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면서다. 선글라스와 안경은 물론 매장 인테리어까지 제품을 베꼈다는 이유에서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3일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블루엘리펀트를 지식재산처에 고소했고, 올해 3월과 6월에는 피해 보전을 위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두 차례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이유로 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해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전문기관에 3D스캐닝을 의뢰한 결과 (블루엘리펀트 제품들이) 젠틀몬스터 아이웨어, 파우치 제품 중 최소 33개와 90% 이상의 유사도를 보였다. 일부 제품의 유사도는 99%에 달한다”고 밝혔다. 3D스캐닝이란 제품 표면에 무광 스프레이를 도포한 후 스캐너로 제품의 형상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기술이다.
2011년 설립된 젠틀몬스터와 2019년 설립된 블루엘리펀트는 모두 K 아이웨어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인 브랜드다. 지난해 기준 젠틀몬스터 전체 매출의 약 40%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블루엘리펀트도 올해 7월 도쿄에 하라주쿠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연 매출 800억원을 목표로 영업 중이다. 최근 3년간 젠틀몬스터의 매출은 4100억원에서 79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블루엘리펀트는 1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무려 30배 급증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그대로 모방한 ‘데드 카피’로 인해 두 브랜드를 혼동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아이웨어 뿐만 아니라 안경을 담는 파우치 등 액세서리, 매장의 공간 디자인까지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젠틀몬스터가 지난 2021년 중국 상하이에서 선 보인 돌 인테리어 등이 블루엘리펀트가 2024년 문을 연 명동 매장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젠틀몬스터는 한 개의 아이웨어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약 50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일각에선 두 회사의 생산 공장이 겹쳐서 디자인도 비슷하다는 얘기가 도는데 젠틀몬스터는 중국에 5곳, 베트남에 1곳 독자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해 규모와 관련해선 “법원에서 블루엘리펀트에 내린 추징보전 명령 금액만 70억원 규모”라며 “제품 모방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피해 규모가 약 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루엘리펀트는 입장문을 내고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주장하고 있는 제품들은 부정경쟁방지법 등 관련법에 의해 보호될 수 없는 제품으로, 사실관계 등을 법률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본 사안에 대해 적정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날 블루엘리펀트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입장문 외 추가로 답변드릴 게 없다”고만 했다.
이번 법적 분쟁은 블루엘리펀트 측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인정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제품의 일반적인 기능이 아닌 디자인 유사성의 경우 유사도가 과할 경우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