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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서민 우는데…‘담합·꼼수’로 이득 챙기고 호화생활한 기업들

중앙일보

2025.12.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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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물가 불안을 부추긴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만 줄이는, 이른바 ‘용량 꼼수’로 실제 가격을 올린 프랜차이즈 등 31곳 업체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의 전체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원에 달한다.

23일 국세청은 ▶가격 담합 등 독과점 기업(7곳) ▶할당관세 편법 이용 수입기업(4곳) ▶슈링크플레이션(용량 꼼수) 프랜차이즈(9곳) ▶외환 부당유출 기업(11곳) 등 시장교란 행위 업체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원화가치 하락(환율은 상승)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외부 요인을 가격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부당한 이득을 챙겨 온 정황을 국세청이 포착했다.

특히 서민이 많이 즐기는 치킨·빵 등 외식 분야에서 용량 꼼수 수법으로 소비자를 기만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한 업체는 이 방법으로 사실상 가격을 올렸다. 원재료·부재료 판매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한데도 계열법인을 거래 단계 중간에 끼워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했다. 슈링크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낸 또 다른 업체는 대표이사가 점주로 있는 가맹점의 가맹비·인테리어 등 창업 관련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했다. 명품 구매 등 호화 생활에 법인카드를 쓰고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할당관세를 편법 이용한 수입육 전문유통업체 사례. 할당관세를 통해 저렴하게 확보한 수입육을 특수관계법인에게 저가에 공급해 이익을 보고, 사주 자녀는 고액의 배당을 받아 호화·사치생활 영위했다. 사진 국세청

물가 안정을 위해 일정 기간 관세율을 낮춰 주는 할당관세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 업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한 유명 수입 육류 전문유통업체는 사주 일가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 과정 중간에 끼워 넣고, 관세 감면을 받은 원재료를 저가에 공급했다. 덕분에 이 특수관계법인의 매출액이 급증했고, 이렇게 얻은 부당이득으로 사주의 자녀는 고가 토지·건물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법인 자금을 편법으로 빼돌려 수백억원대 골프장 등 고가의 해외 자산을 사들인(외화 부당 유출) 기업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조사 대상자 중 일부는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국내에서 다수 법인을 운영 중인,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도 있었다. 이들은 수출대금을 대외계정(외국인 거주자 등의 예금계정)을 통해 수취하고 개인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기법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계획이다. 장부·기록 파기 등의 증거인멸 행위나, 재산 은닉 등 범칙 행위가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 상응하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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