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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빚의 질' 악화, 서울 집값...한은이 본 금융취약성

중앙일보

2025.12.22 23:28 2025.12.2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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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서 받은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령층 증가로 1000조원을 넘긴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셔터스톡.
23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72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늘었다. 연체율도 높았다.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은 1.76%로, 장기 평균(2012년 이후 1.41%)을 웃돌았다. 특히 상호금융ㆍ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연체율이 3.61%로, 은행대출 연체율(0.53%)의 6.8배에 달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를 낮추는 완화적 국면에도 연체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은, 경기 부진과 함께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다중채무ㆍ저소득 등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11.09%에 달한다는 점이다. 빚을 갚을 능력이 되는 자영업자(0.5%)의 22배가 넘는다. 취약 자영업자 수는 41만8000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14%에 해당한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추가경정예산, 새출발기금, 기준금리 인하 효과 등이 반영되며 빚을 갚기 어려운 취약계층 연체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11.09%)”이라고 진단했다.

연령별로 보면 은퇴 전후의 고연령층을 중심으로 대출이 빠르게 늘었다. 60대 이상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3분기 기준 389조6000억원으로, 2021년 말(124조3000억원) 대비 3배 이상 불어났다. 연체율은 경제활동이 활발한 40대가 2.02%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도 1.63%로 평균(1.76%)을 상회했다. 임 국장은 “빚을 갚기 힘든 취약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60대 이상의 비중이 15.2%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고연령 자영업자는 은퇴 후 소득이 줄어 취약 자영업 차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고연령 자영업자는 임대업과 같은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38.1%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모아놓은 자산을 바탕으로 대출만 끌어오면 할 수 있는 부동산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문용필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상가 등 임대업의 경우 부동산 시장 구조 변화와 경기 변화에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월세 비중 60%...“가계부채 줄지만, 소비 여력도 줄어”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최병오 금융기관분석부장, 장정수 부총재보, 임광규 금융안정국장, 문용필 안정분석팀장. 한국은행 제공.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단기 금융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달 기준 15.0으로(주의 단계), 지난 6월(18.6) 대비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취약성을 평가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3분기 45.4로, 지난 1분기(43.9) 대비 상승했고, 장기 평균(45.7)에 근접했다. 두 지수 모두 수치가 높을수록 상황이 나쁘다는 건데, 단기적 위험이 줄어든 대신 중장기적 취약성은 커졌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약한 고리’로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꼽힌다. 전국 아파트의 시가총액 가운데 서울 아파트 비중은 지난달 말 기준 43.3%로, 지난 2020년 8월 기록한 전고점(43.2%)을 웃돌았다. 가계신용(빚)은 3분기 기준 1968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6·27대책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지난 10월 이후 국내외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가 늘면서 증가 폭이 다시 확대됐다. 한은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은 금융 불균형 누증 확대 등의 잠재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는 임대차 시장에도 변화도 가져왔다. 지난 10월 월세 거래(계약 기준) 비중은 60.2%로, 장기 평균(44.9%)을 크게 넘어섰다. 한은은 “월세 비중 확대는 가계부채 축소와 함께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낮춰 금융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월세 지출에 따라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줄이거나 채무 상환 부담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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