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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디딤돌소득 3년 실험...탈(脫)수급률↑·근로소득↑

중앙일보

2025.12.2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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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틈틈이 통역일을 하며 노모(80대)를 부양하던 A씨(30대)는 3년 전 서울형 소득보장 복지실험인 ‘디딤돌소득’ 수급자로 선정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감이 끊긴 A씨 가정의 수입은 그간 모아둔 돈과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기초연금 등이 전부였다. 디딤돌소득 덕분에 매월 100만원가량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가뭄의 ‘단비’였다. 지원금은 생활비와 어머니 의료비 등에 썼다.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된 A씨는 자기 계발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새로운 직장을 얻었고,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을 올려 디딤돌소득 수급자에서 벗어나게 됐다.

디딤돌소득 3년 차 ‘성적표’가 나왔다. 참여자의 3분의 1 이상이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정 소득을 넘겨 더는 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가구가 참여자의 10% 가까이 됐다.

서울시는 23일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5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디딤돌소득 3년 종합 성과를 발표했다. 디딤돌소득은 가구소득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주는 ‘기본소득’과 달리 가구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현금을 지원하는 구조다. 디딤돌소득의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소득은 ‘중위소득 85%’다. 지난해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85%는 월 소득 417만7000원(세전)인데, 만일 B가구의 월 소득이 300만원이라면 부족한 금액의 절반(58만8500원)을 서울시가 현금으로 준다.

서울시는 2022년부터 3단계로 나눠 중위소득 기준과 참여 대상자를 늘려왔다. 매해 데이터를 분석, 종합 성과를 발표했다. 올해 경우 디딤돌 소득에 참여한 1527가구 가운데 148가구(9.7%)가 기준소득을 넘어 지원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명 ‘탈(脫)수급’이다. 지난해 평가 땐 탈수급률이 8.6%였다. 1.1%p 상승한 것이다. 또 올해 평가에서 새로운 직장을 얻거나 부업 등에 나서 근로소득을 늘린 가구도 1527가구 중 517가구(33.3%)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2.8%p 오른 수치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딤돌소득을 받는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이 (비교군인) 비수급 가구보다 25만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통해 교통비와 식료품비 같은 필수재 지출이 늘었고 이는 정신건강 및 영양지수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다만 같은 기간 디딤돌소득 수급 가구주의 평균 노동 공급은 10.4%p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만큼 일을 그만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과 돌봄, 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인 결과”라며“실제로 교육·훈련비와 의료비에 더 많이 지출한 게 확인된다.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노동 공급은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선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A.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포용적 제도,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사회적 기반’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단순한 복지의 확장을 넘어 사회적 이동성 회복을 위한 새로움이 필요하다”며 “디딤돌소득이 이를 위한 모색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AI는 성장 기회뿐 아니라 노동과 일자리 구조를 빠르게 바꾸며 불안도 안겨주고 있는 만큼 이 시점에서 사회안전망이 충분한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의존이 아닌 역량을 키우는 복지, 어려울수록 두텁게 지원해 성장 기회를 주는 복지 모델임이 증명된 ‘디딤돌소득’은 미래 소득보장제도의 새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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