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받는 이춘석 의원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당시 이 의원이 네이버·LG씨앤에스 등의 종목을 거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면서 그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와 관련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의원을 금융실명법·전자금융거래법 등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의원은 수년간 자신의 보좌관인 차모씨 명의의 증권 계좌에서 총 12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으로 주식을 사고판 혐의를 받는다. 당시 약 4억원 규모로 신고된 재산의 3배에 달하는 큰돈을 투자 대금으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이 의원이 재산을 숨기고 감시를 피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인의 자격을 잃는다.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차명 계좌를 이용해 불법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금을 세탁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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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투자해 90% 이상 손실
특히 경찰은 이재명 정부 출범 때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정책 등을 다루는 경제2분과장을 맡았던 이 의원이 관련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해서도 4개월간 수사했지만 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불송치했다. 이 의원이 투자한 종목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대표 AI’ 기업인 네이버·LG씨앤에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국민의힘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이 의원과 관련된 정부·여당 관계자 모두를 조사해야 한다며 특검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수년간에 걸쳐 여러 종목에 수십~수백만원을 분산 투자했지만 투자금의 90%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특정 종목에 투자금을 집중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를 하진 않았지만 주로 단타 매매를 하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만 이 의원이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점은 과태료 징계 사안이라 송치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 의원이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2개월 안에 매각 또는 백지신탁해야 하는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도 함께 송치했다. 조사 과정에서 이 의원이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4회 수수하며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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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빌려준 보좌관, 경조사비 건넨 4명도 송치
경찰은 이 의원에게 증권 계좌와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빌려준 보좌관 차모씨도 함께 송치했다. 차씨는 또 다른 보좌진 A씨에게 사무실 서류를 파기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는다.
경찰은 차씨의 지시를 받아 서류를 파기한 A씨에게도 증거인멸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A씨가 파기한 서류는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와는 관련이 있는 서류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 의원에게 10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건넨 일반인 지인 4명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 의원은 지난 8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힌 뒤 본격적인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사 초기 이 의원은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서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적이 있다. 경찰은 변호사·회계사 등 법률, 자금 추적 전문 인원을 포함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