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대신 포럼으로 한 해를 짚어보는 이색 송년회 ‘넷플릭스 인사이트’가 23일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열렸다. 넷플릭스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송년 행사다.
초청받은 취재진과 넷플릭스 직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의 주제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한류’였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와 김숙영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가 연사로 무대에 올랐고, 이승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상품유통전략팀·해외사업 차장, 이상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류 PM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행사를 마련한 넷플릭스 조현준 커뮤니케이션팀 디렉터는 “특별한 연사들과 함께 OTT 흐름과 넷플릭스의 2025년을 새로운 관점에서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지난해 처음 포럼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시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넷플릭스와 한국의 8년간 동행: K-콘텐트의 오늘과 내일을 답하다’라는 주제로 정덕현 문화평론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를 초청해 송년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강연에 앞서 제공한 식사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의 방산업체 직원 상호씨가 맛있게 먹어 화제가 됐던 양상추 샐러드, ‘폭싹 속았수다’에 나오는 개점복으로 만든 주먹밥, ‘대환장 기안장’ 촬영지였던 울릉도에서 올라온 오징어 숙회 초무침, ‘피지컬: 아시아’의 인기팀 몽골을 떠올리며 만든 고단백 몽골리안 비프, ‘중증외상센터’의 회식 메뉴를 재현한 중식 칠리새우, ‘케냐 간 세끼’에 나온 케나 국민 길거리 음식 스모차(스모키+차파티), ‘미식가 친구의 미친맛집’의 진행자 마츠시게가 인정한 디저트 레몬딜 호두과자 등 모두 올 한 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인기를 끈 콘텐트와 연관된 메뉴였다.
이날 강연자로 무대에 선 유현준 교수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넷플릭스를 정의했다. 그는 “시선이 많이 모이는 곳에 힘이 생긴다"며 “넷플릭스는 한류의 확장을 이끈 새로운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올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뷰티·푸드·패션·관광 분야에서 한류의 전환점을 가져왔다. 새로운 문화를 탐색하는 것을 즐기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한 미국의 젊은층(13~35세)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의 상황을 전했다.
두 사람은 한류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문화 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교수는 최근 힙합 거물이자 비욘세 남편인 제이지가 발표한 5억 달러(7400억 원) 규모의 K-컬처 펀드 조성 계획을 거론하며 “셀러브리티가 투자했다는 것은 대중문화 무게 중심의 축이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나선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승은 차장 역시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뮷즈(MU:DS)’ 판매량이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한류 열풍이 반짝이 아님을 현장에서 실감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코트라 이상윤 PM은 “이제 한류는 뷰티, 패션 등 다양한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류라는 것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의 문화에 머물러선 안 된다. 현실에 맞닿아 있는 소비재로서의 흥미와 관심으로 이어져 실제 수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