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3일 통일교 회계 업무를 총괄했던 핵심 관계자를 소환해 정치인들에게 통일교 돈을 흘러갔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이날 통일교 세계본부 총무처장을 지낸 조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씨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함께 일하며 교단의 재정 등 살림살이를 맡아 했던 인물이다. 또 윤 전 본부장의 아내이자 통일교 세계본부 재정국장이었던 이모씨의 직속 상관이다.
경찰은 조씨에게 통일교가 전재수(전 해양수산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물었다. 또 통일교가 어떤 식으로 정치권 쪼개기 후원을 했는지를 확인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쯤 경찰에 출석한 조씨는 정치인 관련 예산을 비용 처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에는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윤 전 본부장이 이른바 정치인 3인방에게 통일교가 금품을 줬다고 진술한 2018~2020년에 세계본부 총무국장으로 재직하며 자금 출납 등을 관리했다. 경찰은 당시 정치권 로비 자금이 통일교 세계본부를 통해서 나갔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 자금 집행은 윤 전 본부장과 재정국장이었던 아내 이씨, 또 그의 직속 상관 조씨를 통해 이뤄지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조씨는 윤 전 본부장이 주장한 통일교 정치인 금품 제공 의혹을 풀어줄 핵심 키맨으로 꼽혀왔다.
특히 경찰은 김건희 특검팀이 확보한 이씨의 개인 카드 전표도 넘겨받아 정치권 로비 자금 등으로 쓰였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씨는 개인 카드로 선물 등을 산 뒤 이를 교단 행사 비용으로 쓴 것처럼 꾸며 비용을 보전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당시 구매한 선물 등을 정치권 로비용으로 썼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도 이런 방식으로 구매한 것으로 특검팀 조사 결과 드러났다. 통일교 측은 금품 제공이 교단 지시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윤 전 본부장과 이씨의 개인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실제 통일교는 지난 9월 이씨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통일교 측에 밝힌 이씨의 횡령 의혹 금액은 19억9679만원에 달한다.
한편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전 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접견 조사했다. 공수처는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도 통일교에 금품을 받았다는 윤 전 본부장 진술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24일 윤 전 본부장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구치소에서 접견해 정치인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한 2차 조사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