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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은 금?”…산타 랠리에 금·은·동이 뛴다

중앙일보

2025.12.23 00:22 2025.12.23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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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금이나 은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

연말 ‘산타랠리’에는 금ㆍ은ㆍ동이 나란히 올라탔다.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려 귀금속 가격을 밀어 올렸다. 금·은 가격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연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오전 2시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내년 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날 대비 약 1% 상승해 트로이온스당 4500달러를 웃돌았다. 현물 금 가격은 장중 한때 역대 최고치인 4497.55달러를 찍었다. 금값은 올해 들어 50번째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70%에 달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이 치솟았다. 최근 미국이 베네수엘라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 계기가 됐다. 독일의 핀테크업체 ‘나가’의 시장분석가 프랭크 월바움은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유럽(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전망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고,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마찰도 심화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 뉴버거 버먼의 하칸 카야는 “투자자들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금융·지정학적 시스템에 대해 막대하고도 값비싼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국면도 호재가 됐다. 블룸버그는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례 연속 금리 인하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를 다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귀금속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요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도 뚜렷하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꾸준히 금을 사들이고 있고, 금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면서 금값 하락을 막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ETF의 총 금 보유량은 3932t(톤)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11월까지 13개월 연속 금을 순매입하며 보유량을 약 2300t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10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순매입 규모는 전월 대비 36% 늘어난 53t으로 집계됐다.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의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 넘게 상승해 온스당 7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올해 들어 은 가격은 약 140% 급등했다. 금보다 저평가돼있다는 인식과 전기차와 인공지능(AI) 관련 컴퓨터 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며 수요를 키웠다. 반면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랠리는 투기적 자금 유입과, 10월에 있었던 역사적인 ‘숏 스퀴즈’(공매도 포지션 청산) 이후 주요 거래 중심지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공급 차질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동(구리) 역시 연말 랠리에 동참했다. 전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약 1만2000달러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8800달러 선에서 3000달러 가까이 뛰었다. 구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망을 구축할 때 필수적인 금속이다. 태양광 패널·전기차 등 산업용 금속으로 널리 활용된다. 구리 가격은 올해만 30% 이상 뛰었다.

다만, 이러한 랠리에도 투자자의 경계심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금값과 주가가 함께 치솟는 이례적 상황이 50년 만이라며, ‘이중 거품(double bubble)’ 가능성을 경고했다. “폭발적 상승 뒤에는 대개 급격한 조정이 따른다”는 것이다. 영국의 투자 플랫폼 AJ 벨의 레이스 칼라프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은 최고의 안전자산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변동성이 크다”며 “투자자들은 급격한 하락세와 장기간의 침체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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