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으로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연금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까.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청회’에선 이 같은 주제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탄핵 결정으로 퇴임한 뒤 5년 이상이 지났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다 사면·복권된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회복하는 ‘전직 대통령법 개정안’과 ▶전직 대통령법 개정안에 따라 예우가 회복된 사람에 한해 국립묘지 안장을 허용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유 의원은 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에 앞서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유 의원은 이날 개회사에서 “(개정안 토론이) 정치 보복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발제자의 발언과 토론을 통해 더욱 성숙하고 완성된 법안을 만들겠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특정인에 대한 예우라기보다는 그 시대를 함께한 국민에 대한 예우”라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이동찬 변호사는 “개정 법률안은 단순히 전직 대통령 몇 명에 대한 혜택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반복된 정치적 보복과 단절의 역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사면·복권을 받았다면 이는 국가가 그를 다시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라며 “법적으로 복권됐음에도 제재가 지속되는 것은 이중 처벌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국립묘지 안장 자격 문제에 대해서도 “(유 의원의 개정안과 같이) 법률에 명확한 복권 기준을 명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국가보훈부 산하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안장 여부를 심사하는 기준인 ‘영예성(榮譽性)’이 추상적이고 주관적이어서, 정권의 성향에 따라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미국·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들며 “주요 선진국은 사법적 정의를 세우면서도 국가원수의 역사적 상징성을 보호하기 위해 징벌과 예우를 분리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석훈 연세대 겸임교수는 “사면·복권이 되면 전직 대통령의 예우가 회복되게 하는 것이 국민 통합을 위한 통치 행위로서 사면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맞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 교수는 “탄핵 퇴임 후 5년이 지나 국민 감정이 냉각됐다면 전직 대통령 예우를 회복하는 것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제한하는 현행 법률 조문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다. 전직 대통령 예우 박탈 규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만들어낸다는 논리였다.
반면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는 “법 개정을 통한 예우 회복은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국민 감정을 헤아려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제 교수는 “탄핵 결정을 받아 퇴임한 지 5년이 지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다가 사면·복권된 경우는 예우 회복이 가능하도록 하자”면서도 “연금의 경우 재임 당시 받았던 보수 연액의 65%만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정상적으로 퇴임한 전직 대통령은 재임 당시 보수 연액의 95% 수준을 연금으로 지급한다. 또 제 교수는 “국립묘지법까지 한꺼번에 개정하는 것보다는 단계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국립묘지법 개정은) 현재 야당이 집권당이 된 후 추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유 의원은 “두 법을 순차 발의하면 두 번의 갈등 소지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같이 발의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날 공청회 내용을 반영해 이르면 다음 달 전직대통령법 개정안과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