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손의료보험료가 평균 7.8% 오른다. 비급여 과잉 진료와 보험사기 등으로 손해가 누적되면서 202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3·4세대 실손보험은 두 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해 젊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3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의료보험료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이 올해 대비 약 7.8% 오르는 것으로 산출됐다. 다만 최근 5년간 실손의료보험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인 연평균 9.0%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준이라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실손보험료 상승률은 보험 상품별로 천차만별이다. 가장 먼저 출시된 1세대 실손보험의 내년 평균 인상률은 평균 3%대, 그다음 출시된 2세대 보험은 평균 5%대 상승률에 그칠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3세대(평균 16%대)와 4세대(평균 20%대) 보험료 상승률은 내년에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4세대는 출시 이후 손해율이 급격히 악화하며 보험료 조정 폭이 가장 크다. A보험사에 따르면 2021년에 처음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료는 40세 남성 기준 월평균 1만4570원에서 1만7480원으로 20%가량 인상된다. 연간 보험료 부담이 약 3만5000원 늘어나는 것이다.
생보·손보협회는 “가입 상품의 갱신 주기나 종류·연령·성별 및 보험회사별 손해율 상황 등에 따라 개별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인상률은 상이할 수 있다”며 “본인이 가입한 실제 보험료 조정 수준은 개인별 보험계약이 실제 갱신되는 시기에 보험회사에서 발송하는 보험료 갱신 안내장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19.3%로, 지난해 116.6%보다 상승했다. 위험손해율은 위험보험료 대비 실제 지급된 보험금 비율로,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른 위험손실액은 약 2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대별로는 4세대 손해율이 147.9%에 달했고, 3세대도 138.8%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세대와 2세대 역시 각각 113.2%, 112.6%로 적자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한 과잉 진료와 일부 보험사기 등이 손해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누적 적자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실손의료보험의 위험손실액은 2019년 2조8000억원을 찍은 뒤 매년 2조~3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연간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의 구조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고, 손해율이 누적된 1·2세대 상품에 대해서는 재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비급여 중심의 과잉 진료를 억제하고 보험료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