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자녀를 둔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1)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집중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로프는 공식적으로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6명의 자녀를 뒀다. 이와 별도로 두로프는 자신이 2010년 무렵부터 정자 기증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최소 12개국에서 100명이 넘는 자녀가 태어났다고 지난해 7월 텔레그램에 올린 글을 통해 밝혔다.
두로프는 수년 전 정자 기증을 중단했지만 모스크바의 한 난임 병원에는 여전히 그의 냉동 정자가 보관돼 있다.
두로프는 자신의 생물학적 자녀들에게 재산을 동등하게 상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프랑스의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고, 이어 지난 10월 미국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와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할 수 있다면 아마도 30년 후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유산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DNA를 오픈 소스로 공개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은 약 170억 달러(약 25조원)로, 대부분 텔레그램의 기업 가치에 기반한 것이다.
WSJ은 두로프의 대규모 정자 기증이 생식 윤리와 기술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전자 검사나 유전자 편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지닌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일부의 욕구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두로프의 정자가 보관된 러시아의 한 난임 병원은 “유명 기업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파벨 두로프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수정(IVF)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WSJ에 두로프의 정자를 받기 위해 방문한 여성들에 대해 “모두 외모가 뛰어났고 교육 수준이 높았으며 건강 상태도 좋았다”며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혼이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특정 유형 남성의 아이를 갖고 싶어 했다”며 “그런 유형의 아버지를 올바른 유형으로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로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집단에 속한 인물이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원하는 형질을 지닌 자녀를 얻기 위해 유전자 시험이나 조작을 활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두로프 본인은 자신의 정자 기증을 건강한 정자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다른 남성들도 같은 선택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행동으로 설명해왔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서구 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그의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두로프는 지난 10월 엑스(X)에 “우리가 잠든 사이 어둡고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는 도덕적, 지적, 경제적,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