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는 뱅크시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영국 런던에 새로운 작품 두 점을 남겼다. 연말 분위기와는 대비되는 메시지를 담은 벽화로, 사회적 약자인 아동 노숙 문제를 다시 한 번 조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뱅크시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새 작품 사진을 게시하며 런던 중심부 베이스워터 지역의 한 건물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자신의 작품임을 확인했다.
공개된 벽화에는 겨울용 모자와 부츠를 신은 두 아이가 양철 지붕 위에 누워 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두 아이 중 더 큰 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보다 앞선 직전 주말에는 런던 토트넘 코트 로드 일대에서도 유사한 구도의 벽화가 발견됐다. 이 작품에서도 두 아이가 인도 위에 누워 있으며, 뒤편으로는 사무실과 상점, 고급 아파트가 입주한 고층 빌딩 센터 포인트 타워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이 벽화는 현재까지 뱅크시가 작품 인증용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는 게시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작품의 위치와 내용에 주목해 뱅크시가 이번 벽화를 통해 영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아동 노숙 문제를 다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올해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는 아동이 증가했으며 노숙 상태에 놓인 아동이 17만 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배경으로 등장한 센터 포인트 타워는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 건물의 이름은 영국의 대표적인 노숙 청소년 지원 자선단체 ‘센터 포인트’와 동일하다. 이 단체의 설립자는 고가의 고층 타워와 자신이 돕고자 했던 노숙 청소년들 사이의 극명한 대비를 드러내기 위해 ‘센터 포인트’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명으로 활동하며 언론이나 대중과 직접 소통하지 않는 뱅크시는 거리 예술을 통해 사회적·정치적 논평을 던지는 작가로 유명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 등장한 이번 신작 역시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가려진 현실을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환기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