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동성 커플 결혼 주례 거부한 웨이코의 치안 판사

Dallas

2025.12.23 06:02 2025.12.23 07:0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연방법원에 동성결혼 인정 판결 뒤집어 달라 소송
미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동성결혼 지지자들.

미 대법원 앞에서 시위하는 동성결혼 지지자들.

 동성 커플의 결혼 주례를 거부해 온 텍사스주 웨이코의 치안판사(justice of the peace) 다이앤 헨슬리(Dianne Hensley)가 지난 19일,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인 ‘오버지펠 대 호지스(Obergefell v. Hodges)’를 뒤집어 달라고 요청했다.
텍사스 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헨슬리 판사가 텍사스주 사법윤리위원회(State Commission on Judicial Conduct)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오버지펠 판결이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의 정책적 선호에 주법을 종속시켰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헨슬리 판사의 법률 대리인은 ‘로 대 웨이드(Roe v. Wade)’의 법적 보호를 우회한 텍사스주의 2021년 낙태 금지법을 설계한 인물로 잘 알려진 조너선 미첼(Jonathan Mitchell)이 맡고 있다. 미첼 변호사는 소장에서 “연방 사법부에는 ‘근본적(fundamental)’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거나 창출할 권한이 없다”고 적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연방대법원은 켄터키주 전 카운티 서기관인 킴 데이비스(Kim Davis)가 제기한 유사한 사건에 대해 심리를 거부한 바 있다. 미첼 변호사는 하급심 법원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이 궁극적으로 연방대법원에 회부되기를 기대하며 지금 이 주장을 제기한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헨슬리 판사의 사건은 2015년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동성결혼에 대한 종교적 반대를 이유로 결혼 주례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그는 이성 커플(opposite-sex couples)에 대해서만 주례를 재개하고 동성 커플(same-sex couples)은 다른 주례자에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텍사스주 사법윤리위원회는 조사에 착수했고 2019년에는 헨슬리 판사가 판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 사법윤리 규정(canon of judicial conduct)을 위반했다며 공개 경고를 내렸다. 이에 헨슬리 판사는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텍사스주 대법원이 소송 심리 진행을 허용하자 주사법윤리위원회는 기존의 공개 경고를 철회했다.
한편 또 다른 판사도 이성 커플의 결혼만 주례하더라도 징계를 받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초 연방 제5 순회항소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살려 텍사스주 대법원으로 돌려보내며 주법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요구했다.
이에 텍사스주 대법원은 헨슬리 판사를 징계하는데 사용됐던 사법윤리 규정을 개정해, “진지하게 유지되는 종교적 신념(sincerely held religious belief)에 따라 결혼식 주례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석(comment)을 추가했다.
그러나 텍사스주의 사법감독기구인 사법윤리위원회는 12월 초 제출한 서면에서, 이 주석이 판사들이 이성 커플의 결혼은 주례하면서 동성 커플의 결혼은 거부해도 된다는 허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위원회측 변호인들은 “이 주석은 진지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주례 업무에서 ‘빠질(opt out)’ 수 있는 권한만 부여할 뿐, 동시에 판사 개인 사무실(chambers)로 이성 커플을 받아 자발적으로 결혼 주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측 변호인들은 텍사스 트리뷴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첼 변호사는 웨이코 연방법원에 제기된 이번 새 소송에서, 이러한 “경악스러운 입장” 때문에 헨슬리 판사가 2016년에 직면했던 것과 동일한 징계 위험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은 사법윤리위원회가 헨슬리 판사를 조사·징계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명령하고, 위원들이 그녀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음을 선언해 달라고 법원에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미첼 변호사는, 법원이 이번 기회를 통해 ‘오버거펠 대 호지스’ 판결을 뒤집고, 낙태 문제를 다룬 ‘돕스 판결(Dobbs case)’에서처럼 동성결혼 문제를 다시 각 주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헨슬리 판사에 대한 위원회의 괴롭힘(bullying)과 다른 기독교 판사들을 향한 위협적 행태는 동성결혼이 헌법적 권리라고 선언한 오버거펠 판결의 직접적인 결과”라며 “헌법 조문 어디에도 동성결혼이 헌법적 권리임을 시사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손혜성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