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이른바 ‘골든 플릿(Golden Fleet·황금 함대)’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한·미 조선 협력(MASGA)이 군사와 산업 양 측면에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히 이를 통해 한국은 새로운 미 해군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는데, 그만큼 대중 외교에서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밝힌 골든 플릿 구상은 인도·태평양에서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강력한 장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대형 군함과 이를 뒷받침할 다수의 무인 혹은 소형 호위함을 결합하는 ‘바벨형 선단’ 형태로 운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구상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한국의 역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해군이 도입할 신형 프리깃(호위함) 건조와 관련해 한화를 직접 거론했으며, 건조 장소로는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지목했다. 이는 한·미 조선 협력이 기존의 유지·보수·정비(MRO) 분야 협력을 넘어 미국 현지에서의 군함 건조 단계로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합의한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군함 건조”로 나아가기 위한 수순으로 볼 여지도 있다. 미국 현지 건조를 시작으로 향후 한국의 역할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미국이 황금 함대 구상을 내놓으면서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언급한 시점이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직전이란 점이 공교롭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내년 초 취임 이후 처음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유예하긴 했지만, 이미 중국은 한화오션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MASGA에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한·미의 핵추진잠수함 도입에도 ‘비확산’을 이유로 들며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진 만큼 중국을 향해 MASGA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다 정교하게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