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제1야당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도, 24시간을 채운 것도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40분에 필리버스터를 마쳤다. 전날 같은 시간에 시작해 24시간 만의 종료였다. 24시간 경과 후 무기명 투표로 강제 종결시킬 수 있는 국회법을 민주당이 활용한 끝에 나온 결과였다. 종전 최장 기록은 지난 9월 26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조직법 개정 강행에 반대하며 기록한 17시간12분이었다. 장 대표가 토론을 끝내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장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종아리가 너무 아프다. 단단하게 굳었다”고 토로했다.
전날 아침 죽으로 간단히 배를 채운 장 대표는 당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중간중간 발포 비타민을 물에 타 마셨고, 안약과 인후 스프레이도 활용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몸무게가 7㎏ 넘게 빠지고 전날 자정까지 업무를 봤다. 체력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라고 했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오전 5시 최장 기록을 넘어서며 박수가 나왔지만, 20시간이 된 오전 7시40분 장 대표가 서 있기도 힘든 상황을 맞이하자 박준태 대표비서실장은 “토론을 중단해야 합니다”라고 사인을 보냈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화장실을 가는 도중 “끝까지 하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20명씩 조를 짜서 밤새 지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이날 “비상계엄 특별재판부 설치는 명백히 위헌이자 역사상 최악의 악법”이라며 “사법부를 장악하고,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밤새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대통령께 건의해 달라”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에겐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리버스터 뒤 대표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장 대표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필리버스터 도중 국민의힘 유튜브 방송 구독자가 50만 명을 돌파했고 동시 접속자도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자 잠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의원 15명이 모인 여의도 설렁탕집을 찾아 격려한 뒤, 자택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눈이 충혈되고 목이 붓는 등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리더십이 흔들리던 장 대표가 ‘끝장 필리버스터’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친한계에선 “대표가 다른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좀 더 써주면 좋지 않을까”(박정하 의원)라는 반응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