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동안 이어진 매머드 3대 특검(김건희·내란·순직해병)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이 후속 ‘2차 종합특검’을 꺼내 들어 논란이다.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인데, 어떤 부분이 미진하고 한계를 보였는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도 않고 3대 특검이 수사를 마친 사항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결론을 정해놓은 ‘재탕 특검’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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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뒤처리 특검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3대 특검 수사가) 수사기간 제약으로 충실한 수사를 마치지 못한 것은 물론 수사 중 새롭게 발견된 범죄혐의에 관한 수사 착수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2021년 세월호 상설특검 등 적지 않은 특검이 “범죄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으나, 그렇다고 곧바로 후속 특검을 추진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더구나 3대 특검은 반년 넘는 수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7월 10일 재구속하는 등 가시적 결과를 낸 터라 더욱 이례적이란 평가다.
2차 종합특검법안 수사 대상으론 14가지가 나열됐다. 대부분 3대 특검이 이미 기소·불기소 등 결론을 내린 사안들이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외환 ▶정부·지자체 내란 동조 ▶노상원 수첩 ▶통일교 유착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관저 이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임성근 구명 로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통한 김 여사의 수사 개입 등이다.
내란·외환 범죄에 대해선 지난 6월부터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수사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3명뿐 아니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 총 27명이 기소됐고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기 시작한 시기와 계엄을 12월 초에 선포한 이유 등 내막도 규명됐다.
김 여사에 관해선 지난 11일 내란 특검팀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며 ‘명품백 수사’ 등에 개입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도 지난 8월부터 관저 의혹,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으로 관련자들을 기소해 김 여사를 비롯 ‘김건희 집사’ 김예성씨 등 일부는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수사기간이 오는 28일까지로,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금거북이, 그라프 목걸이 등 금품을 수수한 매관매직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등 공범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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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내란 정국, 민주당 “국민은 아직 진실에 배고파”
2차 종합특검 수사대상 중 일부는 3대 특검이 출범하기 전에도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들여다봤던 사안들이다. 여기에 3대 특검이 전방위적인 수사를 했는데 또 대규모 경찰·검찰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라 세금, 공권력 낭비란 지적이 제기된다.
더구나 수사대상 일부는 3대 특검이 수사, 법리검토로 무혐의 처분한 것을 정치권이 “수사가 미흡하다”고 문제 삼은 것이기 때문에 ‘정치 특검’이라는 논란도 불가피하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정치권의 의혹 제기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계엄 가담 의혹을 수사했으나 당일 동선 등을 토대로 무혐의 처분했다. 내란 특검 관계자는 “내란 관련자 통화 내역을 전수조사해도 조 대법원장은 물론 주변인과 통화 내역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성윤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12월 3일 조 대법원장이 도대체 뭘 했는지 아직도 잘 밝혀지지 않았다”며 “국민들은 아직 내란 의혹 관련 진실에 배고파한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권에서 어떻게 수사의 미진함을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진 않는다”라며 “정치권에서 결론을 정해놓고 하명 수사를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에게 특검은 손을 더럽히지 않고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수단”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란 의제를 끌고 가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내란·순직해병 특검은 잔여 사건을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했는데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한다면 특검 출범까지 관련 수사가 사실상 중단돼 진상 규명이 지연될 것”이라 우려했다.